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한숨짓게 한 케이블 TV드라마 동영상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초능력이 생긴 두 명의 공대 복학생 이야기다. 이들은 초능력을 어디에 썼을까?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다. 이들은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 대학생이다. 주인공은 초능력을 바늘구멍 통과보다 어렵다는 취업에 이용한다. 초능력을 취업하는 데 쓰다니 허망하다.
각설하고, 두 사람은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창고 작업실에서 코딩 작업 중 오류 메시지에 한숨을 내쉬다 치킨을 주문한다. 치킨 값을 계산하던 중 배달부가 우연히 작업물을 보고 “자바 오랜만에 본다. 코딩이 왜 저렇게 돼 있지”라며 문제점을 단번에 찾아낸다. 놀란 주인공은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고 배달부는 “딱 보면 안다. 이런 건 기본”이라며 문제를 해결한다. 떠나는 배달부 뒷모습을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국엔 치킨 집이구나”라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동영상을 보고 SW 개발자들은 ‘미래의 내 모습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난 이미 치킨집한다’며 격하게 공감했다. 대박을 꿈꾸며 SW 개발 능력을 쌓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는 것이다. 연차가 쌓이지만 승진 등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개발자는 결국 치킨집을 차리게 된다. 이른바 SW 개발자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말하는 ‘닭튀김 수렴 공식’ ‘치킨 수렴의 법칙’이다.
SW 개발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수십년 회사 생활 후 퇴직하고, ‘치킨’으로 상징되는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직장생활 동안 특별히 익힌 기술이 없고 창업자금도 부족하다 보니 소자본 자영업에 뛰어든 것이다. ‘모든 직장인의 닭튀김 수렴의 법칙’이다.
그렇다고 자영업이 탈출구가 될 수는 없다. 자영업은 ‘레드오션’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네 번째로 높다. OECD 평균(15.8%)에 비하면 두 배가량 높고 미국(6.8%)과 일본(11.8%)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2~4배 수준이다.
생계형 자영업의 공급과잉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는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자영업자 평균 월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2013년 877만원으로 줄었다. 3년 새 연간 매출이 1300만원 넘게 준 셈이다.
창업 후 생존기간은 짧다.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40.5%에 불과하고, 5년 후에는 29.6%로 떨어진다. 자영업 창업자 10명 중 7명이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치킨전문점 평균 생존기간은 겨우 2.7년이다.
자영업자 위기는 우리 사회 시한폭탄이다. 자영업자 소득 부진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국민·우리·농협·하나·외환은행 등 6개 국내 시중은행 자영업자대출은 지난 3월 말 기준 144조5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석 달 동안 4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의 자영업 대출은 2011년 104조7800억원, 2012년 115조2505억원, 2013년 126조9384억원, 지난해 말 140조5121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부터 3년 사이에 35조원 이상 늘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올 1월 발표한 ‘가계대출과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규모는 370조원(2014년 6월 말 기준)을 상회한다. 자영업자 1인당 부채는 6457만원(통계청 기준 자영업자 573만명)으로 빚더미를 안고 사는 셈이다.
결국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자영업자 퇴출은 늘어날 것이고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 시 자영업자대출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 자영업 대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으로 귀결되는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제조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근로소득자가 자영업자로 전직하기 전에 임금 피크제 등으로 직장생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재교육 등 인력이동과 전업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모든 직장인이 치킨집으로 귀결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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