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입법 과제가 공회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잠시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지난해부터 진전이 없다.
남아있는 과제는 찬반이 엇갈리고 ‘공’을 국회로 넘긴 공정거래위원회도 “기다리겠다”는 상황이어서 처리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은 한 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처리해야 하는 6개 법안 가운데 1건만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올라갔다.
공정위 소관 경제민주화 법안은 총 14개다. 지난 2013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등 8건이 통과돼 공정위 내부에서도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 1년 반 동안 실적이 전무하다. 정부 정책 초점이 경제활성화에 맞춰지며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남은 과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집단 소송제, 사인(私人) 금지청구제, 수급 사업자 범위 확대,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다. 이 가운데 수급사업자 범위를 확대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만 법사위에 올라갔고 나머지 5개 법안은 아직 소위에 머물러 있다.
5개 법안은 크고 작은 반대에 부딪혀 향후 국회에서도 처리가 불투명하다. 여야 혹은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충돌하지 않는 법안이 하나도 없다. 공정위가 핵심 법안으로 여기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는 야당 반발이 가장 심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는 여야 간 이견이 있고 같은 당 내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며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집단 소송제, 사인 금지청구제 역시 국회에서 의견차가 있고 재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주목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제활성화·민생 법안 처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촉구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에는 침묵하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입법 과제 추진 의지를 보였을 뿐 별도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결정권이 국회로 넘어간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우선순위 없이) 모두 중요하다”며 “국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