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현대속도

[프리즘]현대속도

‘현대속도(現代速度)’는 현대자동차의 급속한 성장을 일컫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등재됐다. 기업 브랜드가 일반 명사로 자리를 굳힐 만큼 현대차의 독보적인 성장 스토리가 넉 자 안에 담겨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시장이 있다.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두려운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철저한 현지화와 전략 모델 출시, 시의적절한 생산 능력 확대에 힘입어 현대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빅3’ 업체로 자리잡았다. 지난달에는 중국 누적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는 성과까지 달성했다. 이는 현지 진출 13년 만에 이룬 것으로 폴크스바겐이 25년 걸렸던 것을 절반 가까이 단축한 것이다. 경쟁 업체들이 이를 두려워한다.

현대속도를 가까이서 지켜본 중국 전문가들은 그 근원으로 △사람 △현장 △변화 △책임 △미래를 꼽는다. 이 다섯 가지 키워드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모든 산업을 망라해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경영원리다. 선진국에 비해 반세기 이상 뒤늦게 자동차 산업을 시작한 우리나라가 세계 5위 생산국으로 자리잡은 것도 ‘책임’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며 ‘미래’를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속도가 곧 한국속도였다.

현대속도는 유효하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돌파한 것도 현대속도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방에서는 그 속도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수입차 공세에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의외로 해답은 명료할 수 있다. ‘사람(소비자)’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장’을 등한시하며, ‘변화’를 주도할 ‘책임’ 의식이 희박해진 것은 아닌지. 이게 바로 문제이며 해답이다. 그 때문에 ‘미래’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현대속도를 가속하는 것도, 감속하는 것도 결국은 내부 엔진에 달렸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