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월드IT쇼(WIS)’ 풍경이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TV 등 제품이 놓인 정적 시연장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공중을 가득 채운 드론이 눈길을 끈다. 드론 전성시대다. WIS에서도 많은 드론 제조·판매사가 자사 제품을 뽐냈다. 국내 중소기업인 휴인스가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제품이 돋보였다. 회사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제품군을 확보했다. 영상 촬영뿐 아니라 농업용, 물품 배송과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 기술력을 인정받는 자리다.
글로벌 업체도 마찬가지다. 아마존 등 글로벌 IT·유통업체가 앞다퉈 드론 시장을 열고 있다. 유통 시장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만큼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언뜻 보면 우리 기술로 만든 드론이 새로운 하늘 길을 열 듯하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WIS 현장에서 이런 위협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드론을 선보인 곳은 휴인스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부스 수로는 중국산 드론 유통 업체가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 드론계 대륙의 실수라는 시마 제품도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드론 입문자 시장을 주도한 제품이다.
국내 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은 확인했다. 동시에 저가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제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중국 제품은 낮은 품질로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이제는 빠른 속도로 우리 기술을 따라잡으며 성장 추세다.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은 무의미하다. 드론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드론이 우리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점령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시장을 주도할 발걸음은 더디게 느껴진다. 수많은 규제도 드론 산업을 발목잡는 요인이다. 중국이 여는 차이나 드론에 끌려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