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오는 2020년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무인 로버 시제품을 공개했다. 지난해 KIST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6개 출연연구기관이 참여한 융합연구를 통해 거둔 성과다. 출연연은 올해도 15개 출연연이 참여해 2차 연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한국형 달 탐사 사업에 위기가 닥쳤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올해 달 탐사 연구개발 예산 410억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달 탐사 계획이 좌초하거나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조광래)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처럼 대안 모색에 나섰고 선행연구와 출연연 공동연구로 보완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출연연의 달 탐사 협력 융합연구로 예산 삭감에 따른 일정지연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계획이다. 성급하게 일정을 조정하기보다 대안을 적용한 후 진행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출연연 달 탐사 협력 융합연구는 출연연이 보유한 강점기술 중 달 탐사 및 우주 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도출하고 우주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다. 지난해 73억원의 출연연 자체 예산을 투입해 시작했고 올해도 항우연을 포함한 15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융합연구는 항우연이 총괄 주관하며 △탐사선 △탑재체 △심우주지상국 △달 탐사 로버의 4개 세부 분과로 나눠 연구한다. 각 분과는 매월 정기 점검회의를 통해 세부연구 과제별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참여 연구기관간 장비 공동 활용, 기술정보 공유 등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협력연구 성과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초 KIST가 공개한 달 탐사 로버가 대표적이다. 영하 170℃에서 영상 130℃의 엄청난 일교차와 진공의 극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독자 로버다.
기존 무인 탐사 로버와 달리 세계 최초로 몸체를 두 개로 구성한 ‘투 보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밖에 우주용 이차전지 핵심기술과 경량화 연구, 고해상도 카메라 등 탑재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심우주 통신 분야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협력 논의도 했다. 출연연은 오는 22일과 23일 양일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달 탐사 출연연 협력융합연구 성과발표회 및 심포지움’을 열고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소개한다.
항우연 관계자는 “달 탐사 협력융합 연구를 통해 각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 중 달 탐사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확인하고, 이 기술을 실제 달 탐사에 적용할 수 있는지 기술 분석과 검증을 수행한다”며 “2단계로 이뤄지는 한국형 달 탐사 사업에 정부 출연연의 역량을 집결해 달 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