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생각, 전통을 넘다

[데스크라인]생각, 전통을 넘다

1998년 IMF 당시 은행에 명예퇴직 한파가 불었다. 그해 1월 은행을 떠난 명퇴자는 8800명이었다. 외환위기 사태는 일자리를 빼앗아갔다. 빈자리는 살아남은 자와 현금자동입출기(ATM)가 대신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스마트폰 혁명이다. 일자리는 물론이고 은행 지점까지 통째로 삼킨다. 모바일·인터넷 뱅킹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지점 유지 필요성이 줄었다. 스마트폰은 급기야 ATM 운명까지 좌지우지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확산되면서 ATM은 공중전화 처지가 돼 간다. 머지않아 스마트폰 카메라로 개인수표를 촬영하면 입금 완료되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ATM 수명은 더 짧아진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경영은 무한경쟁 체제로 들어섰다.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다크호스 출현이 빈번해졌다. ICT 융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를 사각의 링에 올린다. 전 지구적 현상이다. 미국, 프랑스, 한국 택시기사가 ‘우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다. 공유경제라는 패러다임 기술이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하나투어 여행박사와 치열한 경쟁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언론 상황도 마찬가지다. 버즈피드는 디지털 소매치기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를 위협하는 미디어가 됐다. 13억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이참에 언론사로 변신을 시도한다.

신기술은 일자리와 상극이다. 신기술이 표준화와 자동화를 지원한다면 십중팔구 일자리를 뺏는다. 이미 금융권은 ‘핀테크’발 태풍 전야를 맞이했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경쟁자 출현으로 당혹해 하고 있다.

금융권 구조조정은 세계 공통적 모습이다. HSBC는 2017년까지 최다 2만명의 직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도 내년까지 지점 300개를 폐쇄하고, 5000명 이상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은행 점포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56개 지점을 통폐합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역시 지점을 줄이는 추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핀테크 옷을 입은 신기술이 추가된다면 제2 빅뱅이 예상된다. 해외에서 이미 대중화된 인터넷 전문은행 및 애플리케이션 기반 P2P대출 회사 등장이 그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소액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P2P 대출은 급성장하고 있다. 내년 세계 시장 규모만도 640억달러로 예상된다.

혁신적 사고가 전통의 장벽을 허무는 게 일상화됐다. 아이디어는 텃밭과 기득권 사수를 힘들게 만든다. 대표적인 게 핀테크다. 사실상 경쟁자 없는 경쟁을 하던 국내 금융권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모바일 앱 기반 혁명은 매일 새로운 경쟁자 출현을 예고한다.

2015년 6월 KB국민은행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BC카드는 누구와 싸워야 할까. 중장기적으로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삼성전자, 애플, 알리바바가 유력하다. 동종업계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헤게모니 싸움도 그 공간이 침몰하는 배 안이라면 무의미하다. 신기술로 무장한 이업종 기업 진출이 훨씬 파괴적이다. 혁신적 기술은 일과 일자리를 분리시킨다. 앞으로 17년 후 누군가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과 함께 새로운 경쟁자가 떠오른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