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이다. 메르스 사태는 갈 길 바쁜 한국 경제 발목을 잡았다.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가 메르스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밀집한 장소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백화점과 마트에 발길이 뚝 끊겼다. 이달 들어 주요 백화점·마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떨어졌다.
다른 경제 지표도 최악이다. 수출이 가장 큰 문제다. 5월 수출은 작년보다 10.9% 떨어진 424억달러를 기록했고 수입도 15.3% 줄었다. 무역수지는 63억달러 흑자지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원자재 수입 감소는 그만큼 우리 경제 활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4월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해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경제 정책 어딘가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방향·우선순위·속도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정책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자기 반성에 소홀한 게 아니었는지 돌아볼 때다.
기존 정책 개선과 더불어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엔저에 시달리는 수출 기업을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75%로 낮추며 글로벌 환율전쟁에 발은 담갔지만 아직 효과를 내기에는 부족하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기를 놓친 정책은 없으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초동 대처 실패로 문제를 키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경제 위기가 이미 턱밑까지 차올랐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