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팅 업계에선 HP와 EMC가 화두다. 작년 하반기 외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가 소강상태가 된 HP와 EMC 합병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에서다.
합병설이 재등장한 배경에는 HP 분할이 있다. HP는 오는 11월 1일 새로운 회계연도에 맞춰 두 회사로 분할된다. 기업 대상 IT 사업을 수행하는 ‘HP엔터프라이즈’와 PC·프린터 사업부 중심의 ‘HP’다. 이 가운데 HP가 재도약을 위해 EMC와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멕 휘트먼 HP 회장은 지난해 매체 인터뷰에서 “분사하는 PC·프린터 사업부는 주주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현금 창출에 주력하고, 잔류하는 기업 대상 IT 사업은 적극적인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IT 사업은 인수합병 등으로 계속 덩치를 키우겠다는 얘기다.
HP와 EMC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 2001년 HP의 컴팩 인수에 이은 IT 업계 ‘빅딜’이 된다. HP는 세계 서버 시장 1위, EMC는 스토리지 업계 1위다. 합병되면 단순 계산으로 연매출 820억달러(약 90조원)를 낼 수 있는 공룡기업이 탄생한다.
합병 성사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빅딜이 자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가 있고,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세일즈포스닷컴 인수 시도가 있다. 모두 선제적 인수합병(M&A) 성격을 띤다. M&A로 이들 기업은 더 강해졌고, 전문성도 극대화했다. M&A를 꺼리는 우리나라 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IBM이 100년 동안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비결은 바로 변신에 있었다. 필요한 부문은 과감히 인수·합병을 하고 기존의 주력 사업을 이동하며 살아남았다. HP와 EMC 합병 논의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세계 1위 기업도 위기감을 잃지 않고 미래를 위해 끝없이 고민하는 모습에서 우리도 교훈을 얻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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