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조9000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완만한 실적 회복세를 확인시켰다. 통상 하반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집중된 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 실적 개선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대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폭발적 성장은 확인되지 못했다.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7일 공개한 2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의 핵심 부문인 IT·모바일(IM) 부문이 다소 개선된 성적표를 보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디바이스·솔루션(DS)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가전(CE)부문은 이익기여도가 높지 않지만 이익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으로 전자업계는 상반기 실적이 낮고 하반기에 실적이 높은 ‘상저하고(上低下高)’ 양상을 띤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은 꾸준히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의 컨센서스(증권사 실적전망 평균치)에서 삼성전자 매출은 52조8564억원, 영업이익 7조3219억원으로 2분기 성적표보다 좋다.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당장 그리스 금융위기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부담이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면 유로존 전반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통화 약세로 TV 수요 감소를 겪었던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까지 이어진다면 가전과 반도체 등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 실적회복의 키는 역시 스마트폰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갤럭시S6엣지 공급 문제도 생산능력 증설로 점차 해결될 수 있다. 여기에다 하반기에 ‘갤럭시S6 엣지 플러스(가칭)’ ‘갤럭시노트5’가 출시되는 점도 기대치를 높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시장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예전처럼 플래그십 모델에 소비자 욕구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중저가폰 시장은 여러 업체가 난립하며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결국 삼성전자가 고가와 중저가 모델을 잘 믹스해 최적의 제품 생산·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3분기 사업과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는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볼 때 낙관하기 어렵다”며 “큰 사업 위축은 없겠지만 획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모멘텀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D램·낸드플래시의 탄탄한 수요로 상반기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가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3D낸드의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반기에 48단 TLC 양산이 본격화되면 원가 절감과 규모의 경제 확보로 경쟁력확보가 가능하다. 적자사업부였던 시스템LSI 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활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또 다른 날개가 될 수 있다.
CE부문은 하반기 SUHD TV 가격인하로 시장 공세를 확대한다. 가전분야도 빌트인과 프리미엄 제품군 추가로 볼륨 확대를 노린다. 하반기 매출 확대 가능성은 높지만 이익률을 단기간내 크게 끌어올릴 사업은 아니다.
한 기업분석업체 CEO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안정적 사업과 실적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뚜렷한 추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도 쉽지않아 보인다”며 “수년간 진행된 ‘포스트 스마트폰’ 찾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표. 삼성전자 분기별 매출액 영업이익 추이(단위:조원)
*자료: 삼성전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