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은 영세 기업이 대부분이다. 취약한 내수 기반에 수입 의료기기 의존도가 높아 제조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감사보고서 등 실적을 공시한 의료기기 제조기업 110곳을 분석한 결과 매출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전체 9%인 열 곳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은 연구개발 규모에서도 해외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최대 의료기기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메디슨은 2013년 연구개발비로 300억원을 썼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로 국내외를 망라해 높은 수준이지만 존슨앤드존슨 한 해 2조원에는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존슨앤드존슨 연구개발비는 국내 기업을 다 합친 금액(3395억원)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산업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으로 글로벌 기업 입김이 강한 국제 규격이나 인허가 기준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보다 국내 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이 늘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외면 받는다. 보건산업진흥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종합병원급(2차 의료기관) 이상 의료기관 국산장비 비율은 1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질환과 관련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행하는 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3차 의료기관에 한정하면 국산 의료기기 비율은 8.0%에 불과해 상급병원일수록 수입 의료기기 사용 비율이 높았다.
특히 국내 5대 병원으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9000여대 중 국산 기기는 480여대로 국산 기기 사용비율은 5%에 불과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공룡 기업에 치이고 내수에서는 병원에 외면 받는 이중고를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겪고 있는 셈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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