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효율성의 본질

[관망경]효율성의 본질

정부 연구개발(R&D) 분야에 ‘효율성’이 키워드로 부상했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함께 발표한 ‘정부 R&D 혁신방안’ 키워드도, 내년 정부 R&D 예산 키워드도 모두 효율이다.

효율의 사전적 의미는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 비율’이다. 정부 R&D에 빗대보면 일정한 예산을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성과를 거두는 게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불필요한 연구나 장비 등에 쓰이는 예산낭비는 줄이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렇게 아낀 예산을 정말 필요한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효율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효율화가 마치 예산을 줄이는 것처럼 나타나는 현 상황이다. 내년 정부 주요 R&D 예산(국방·인문사회 제외)이 올해보다 2.3% 감소한다. 정부 R&D 예산 감소는 지난 1991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연평균 예산 증가율은 두 자릿수 수준에 달했다. 효율을 강조하며 예산 자체를 줄여버린 것이다.

예산을 줄이는 방식도 효율과 거리가 멀다. 제대로 효율화를 추구하려면 사업별로 철저한 점검을 거쳐 필요한 부분은 늘리고,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25개 출연연에 하달한 예산편성 지침은 일정 비율을 일괄 축소하라는 것이었다. 출연연별 특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단할 R&D 사업도 목표치를 먼저 정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효율화인지 묻고 싶다.

현재 정부 R&D 분야에 나타나는 효율화는 미래는 차치하고, 당장을 위해 예산을 아끼자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R&D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전략 없는 확대 투자가 현장에서 혁신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략 없는 축소 투자는 미래 성장동력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효율의 사전적 의미가 ‘들인 노력(투자)’을 줄이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