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은 지난 5월 세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시장이 2020년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시장 규모가 4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보는 것과 비교하면 40배가량 성장을 예고한 것이다. 우리나라 3대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 선박, 반도체 분야 2013년 수출액 규모가 1600억달러임을 고려하면 이에 맞먹는 블루오션 산업이 생긴다.
가상현실(VR)이 세계 경제를 이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갖춰진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움직임도 활발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20억달러(2조1400원)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했고 구글은 5억4200만달러에 매직립을 인수했다. 소니는 VR 헤드셋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공개하고 가정용 게임 플레이스테이션(PS)4에 연동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오큘러스와 함께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6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기어 VR’를 출시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이 가상현실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IT기업에도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차세대 비즈니스 발굴에 나선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후보군 중 하나가 VR다. 기존에 PC와 스마트폰이 단지 스크린으로 가상세계를 이용하는 수준이라면 가상현실은 헤드셋과 스마트기기로 만든 입체적 가상공간을 만든다. 사용자 시각을 완전히 장악하고 청각, 촉각 등 오감 상호작용과 동작인식으로 가상공간을 마치 현실처럼 느끼게 해준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강력한 컴퓨팅 파워, 3차원(D) 센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가능해진 결과다.
기업입장에서도 가상현실은 새로운 기회다. 단지 VR 헤드셋이나 관련기기 매출보다 가상공간에서 사용자가 소비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존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만들 수 있는 수익 모델 대부분을 가상현실에서 만들 수 있다. 킬러앱이 되는 게임, 성인물, 전자상거래 등을 사람들이 가상현실에서 접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이 가능해진다. 이를 콘텐츠 기업이나 기술기업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에 따르면 “메신저 플랫폼 기업 페이스북이 거금을 주고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란 수단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VR로 게임과 상거래에서 수익을 노리기 때문”이라며 “플랫폼은 킬러 콘텐츠가 결합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기업은 몰입감과 상호작용을 높이는 3D 센싱, 햅틱, 음향기술을 뒷받침하고 콘텐츠 기업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창의적 콘텐츠가 필요한 분야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현실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거대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국내 콘텐츠와 기술기업도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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