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본방사수 의지를 자극하는 TV 프로가 생겼다. 축구를 소재로 한 ‘청춘FC’다. 1980년대 인기 만화였던 ‘공포의 외인구단’ 느낌을 주는 다큐다. 전국에서 모여든 아픈 청춘들의 스토리를 다룬다. 좌절을 경험했던 축구 미생들 투혼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들은 죽음 직전에 바닷가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필사적으로 훈련에 몰입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주역 안정환, 이을용 감독의 애정도 느껴진다.
청춘FC는 패자부활전 느낌을 강하게 준다. 아픔을 경험한 젊은이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른바 돈도 힘도 없는 선수들이 앞으로 펼칠 활약과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청춘FC가 점점 기회의 문이 닫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손은 계층 이동 사다리를 걷어냈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중 하나다. 이대로 간다면 정치인, 기업가, 법조인 모두 대물림 비율이 높아진다. 부와 권력의 구조적 상속 시스템 고착화는 능력을 가진 자가 곧 사회 지도층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개천에서 용이 태어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행운아를 나무수저가 쫓아가기 힘들지 않겠는가. 젊은 청춘이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일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아픈 청춘에게 포기가 일상화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계층 간 단절현상은 우리 사회 엘리트를 향한 반감도 키운다. 지배 엘리트 존경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사회적 불균형도 심화시킨다. 공정한 게임 룰이 보장되지 않는 경기 결과에 승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같은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나.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삶의 기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원인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높거나, 소득과 재화를 많이 보유한 부유층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 엘리트가 유력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결론은 간단하다. 아픈 청춘과 사회적 미생들에게 이동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이 되는 운명을 방치해선 안 된다. 가능하면 희망의 사다리를 여기저기 건설해야 한다. 돈도 힘도 빽도 없는 청춘에게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이에게 포기는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빈곤층이 중산층 또는 부유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생겨야 한다. 물론 힘들어 떨어지는 이들을 받아줄 사회적 안전망도 갖춰야 한다. 올라가다 떨어져 아파하는 청춘에게는 쉼터가 필요하다.
공평한 기회제공은 규제완화와 청년고용 지원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던 사법시험 폐지는 제고돼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로스쿨만을 통한 법조인 배출은 비정상적이다.
우리 일상이 논리학처럼 인과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면 재미는 반감된다. 극적인 반전은 삶의 재미와 활력 원천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안정환이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는 모습이 생생하다. 13년이 지났다. 이제는 청춘FC 감독 안정환이 또다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응원구호 앞에서 반지에 키스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 사회 청춘들이 청춘FC를 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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