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IBM 메인프레임 유닉스로 전환…이사회 결정 임박

우리은행이 사용 중인 주전산기를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서버로 교체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사회 결정 과정만 남겨둔 상태다. 국내 유일 메인프레임 공급사인 한국IBM이 어떠한 수성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주전산기를 현재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서버로 교체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금주 중 이사회를 열어 주전산기 교체 안건을 다룰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담당부서 의견을 반영해 주전산기 유닉스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환 작업에 필요한 시장조사 및 업체 검토 등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시스템 노후화를 고려해 차세대 전산기 도입을 검토해왔다. 메인프레임 사용계약 종료시점인 2018년 6월까지는 3년가량 여유가 있지만 차세대 시스템 개발 및 도입 일정을 감안해 교체여부를 서둘러 확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유닉스 도입을 최종 결정하면 한국IBM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한국IBM 메인프레임 사업 버팀목인 대형은행 고객 이탈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한국IBM 메인프레임 고객사 중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컨설팅 등 일체를 한국IBM에서 공급받는 계약(OIO)을 맺어 수익 측면에서도 핵심 고객사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을 메인프레임 고객사로 유지하기 위한 한국IBM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IBM은 최근 3년 사이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우리은행과의 계약 유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IBM 대표가 행장에게 가격 할인 내용을 담은 메일을 보내 KB금융그룹 경영진 내분과 사퇴를 촉발시킨 사례가 있다. 우리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에 한국IBM이 어떤 수성 전략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한국IBM은 지주 회장과 행장 사퇴를 불러온 KB 사태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과 메인프레임 재계약을 달성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앞서 KB국민은행이 주전산기 문제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던 만큼 이번 시스템 전환 작업을 신중히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