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계가 메르스 사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부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기기 단체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병원 등 의료기관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결제 지연 등 고충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결제 대금 수금률이 40% 감소했다. 이는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 단체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제 지연이 의료기기 업체 경영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병원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영업 활동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병원도 경영난을 겪으면서 수금이 중단되는 이중고를 맞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르스 사태는 자금 흐름 뿐 아니라 임상 시험 등 의료기기 업계의 연구개발(R&D)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환자가 병원방문을 기피하면서 계획된 임상 연구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 임상이 진행 중 중단되면 재개가 불가능해 그동안 투입됐던 비용과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제조업체 3~4곳이 임상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곳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지난 6~7월 의료기기 업계 매출이 월평균 18.5% 감소했다며 직접적인 피해액이 38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내놨다.
협회 측은 “의료기기 업계는 제약업계 30% 규모에 불과한데, 메르스로 인한 피해액은 비슷하다”며 “업계가 체감하는 손실규모가 매우 높아 경영 지속 여부가 매우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의료기관 지원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규모가 작다. 특히 의료기기 업계가 직접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기 단체들은 정부에 공문을 보내 현재 지원금이 의료기기 대금 결제로 이어지도록 행정 지원을 요구했다. 아울러 임상 시험에 대한 지원, 메르스 사태로 발길을 외면하는 해외 바이어에 대한 인식 전환 지원 등을 당부했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은 “메르스 사태로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산업계 전체가 재난적 손실을 입은 상황”이라며 “의료기기 업계가 처한 현 상황을 인지해 체감하는 지원책이 마련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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