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에 46조 투자…최태원 "정보통신·에너지도 추가 투자"

SK그룹이 반도체 공장 2개를 신설하는 등 반도체에 46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에너지화학과 통신 분야 투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경영에 복귀한 지 나흘 만에 투자계획을 전격 발표하면서 공격 경영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최태원 회장은 17일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확대 경영회의’를 주재하고 반도체 부문 46조원 등 그룹차원 경제활성화 방안을 도출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 주력 사업분야가 모두 어려운 여건이지만 어려울 때 앞장서서 투자를 조기 집행하고 계획보다 확대하는 것이 바로 대기업이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며 투자확대를 주문했다.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회 위원장들은 위원회별 경제활성화 및 경영위기 극복방안을 제시했다. 정철길 전략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건설 중인 M14 반도체 라인 장비투자와 신규 2개 공장증설에 46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임형규 ICT위원회 위원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외연 확대를,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을 바탕으로 한 해외 주요시장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선제적으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규모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오늘 언급한 반도체 중심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도 이른 시일 내 투자확대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SK가 발표한 청년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고용 디딤돌’과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 ‘청년 비상’을 이른 시일 내에 성공 모델로 만들어 달라”며 “내가 앞서서 풍상을 다 맞을 각오로 뛰겠으니 전 그룹 구성원이 대동단결해 매진해 나가자”고 했다.

SK그룹이 최 회장 출소 나흘 만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역으로 지금까지 그만큼 최 회장 공백이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 회장은 악화된 건강에도 불구하고 사면 이튿날인 15일부터 사흘 연속 출근을 강행하며 그룹 경영현황을 챙겼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전 멤버가 참여하는 확대 경영회의는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한 뒤 처음 개최한 것”이라며 “SK그룹의 강한 경제활성화 의지와 절박함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도 나섰다. 그는 “오랜 기간 여러분 곁을 떠나 있다가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됐다. 많이 보고 싶었다”면서 “제가 없는 동안 SK그룹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어 오신 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하 SK그룹 구성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외부환경은 생각 이상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잘 안다”며 “하루라도 빨리 세상 변화를 따라잡고 여러분과 함께 그룹을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