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 2곳이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락칩과 올위너 등 두 곳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태블릿PC용 AP 시장에서 27%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다. 2010년 양사는 이 시장에서 불과 0.3%를 점유했으나 3년만에 급성장했다. 비결은 속도전이다.
◇다크호스는 누구=락칩은 애플 아이팟 유사품에 탑재되는 시스템온칩(SoC)으로 초기 사업을 시작했다. ARM과 협력해 이 회사 설계 디자인을 별도 변경 없이 활용한다. ARM이 차세대 기술을 적용할 때에 맞춰 칩 개발 주기를 설정했다. 이전 기술로 만든 칩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덕분에 라이벌 업체들보다 훨씬 빠르게 좋은 제품을 내놨다. 칩 기본 블록부터 ARM에서 제공받아 업계 표준을 만족시켰고 후속 개발 주기를 건너뛰면서까지 제조·테스트를 거쳤다.
중국 ARM 대표 알렌 우는 “중국 업체들은 매우 용감했다”며 “모든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졌고 새로운 ARM 기반 제품을 매우 초기에 고객사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펭 첸 락칩 CMO는 “칩이 초기 성공하지 않으면 2~3달동안 다른 제품을 개발했다”며 “운이 좋을 때면 우리는 업계에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칩을 맨 먼저 내놓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위너는 지난 2010년 태블릿PC용 AP시장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지난 2013년 시장 점유율을 18%까지 올렸다. 고객사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이 회사 비결이다. 벤 엘 바즈 올위너 개발 매니저는 “고객사가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 우리 엔지니어링 팀이 공장에 가서 상주한다”며 “이는 미국 기업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급성장 이유는=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아시아권 반도체 강자는 기술력을 축적, 세계 시장에 나서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이 기간을 단축했다. 특히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의 IP 기술에 의존하고 빠른 성장을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분산했다. 통상 AP 제조사는 제품 코어를 설계할 때 기초 단계인 아키텍처부터 자체적으로 만든다. 퀄컴 스냅드래곤이 대표적이다.
칩은 설계부터 제조, 테스트까지 몇 번 과정을 되풀이해야한다. 그래도 칩에서 완벽한 성능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중국 업체들은 ARM IP 기술에 그대로 의존해 제품을 만들었다.
펭 첸 락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예전엔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건물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10일 안에 고층 빌딩을 만들 수 있다”며 “여전히 많은 도전이 남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칩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대신 거인 어깨에 올라타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ARM도 활짝 웃음=ARM에게도 중국 시장은 차세대 먹거리였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세계 반도체 소비 시장에서 중국은 향후 몇 년간 60%정도를 꾸준히 점유한다. 내년 제조되는 칩만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세계 스마트폰 중 80%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크 리 샌포드 C.번스테인(Sanford C. Bernstein) 애널리스트는 “ARM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 발판”이라며 “이들은 ARM의 IP를 활용해 투자 레버리지를 줄이고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이 업체들은 인텔이 중국 시장에서 태블릿PC용 AP 사업을 확장하며 고전 중이다. 인텔은 자사 AP를 활용한 태블릿PC를 만들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시장 확장에 혈안이다. 이 때문에 40억달러(약 4조7872억원)의 손실까지 난 상태다.
인텔은 락칩과 중국 기업을 위한 칩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락칩 측은 인텔과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