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했다. 시작은 시스템반도체다. 반도체 패키징 등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반도체 후공정 분야 산업을 키우는 데 먼저 집중하면서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을 쌓는 데도 공을 들였다. 파운드리 산업도 함께 육성했다.
그 결과 중국 내 반도체 디자인 산업은 지난 2000년 1억3000만달러(약 1544억원)에서 2013년 131억5000만달러(약 15조61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13년 만에 100배 넘게 시장이 커진 셈이다.
업계는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이미 한국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한다. TSMC와 UMC에 파운드리를 맡기는 기업이 이제는 중국 SMIC에 생산을 의뢰한다.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과 기술력 면에서 경쟁력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센서(CIS),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SMIC 공정 기술력은 충분히 제품 생산을 맡길 만큼 수준이 올라왔다는 평이다. 중저가형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도 자체 생산할 만큼 실력을 쌓았다.
올해 중국 정부는 D램 산업 육성에 팔을 걷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D램은 칩 설계, 소재, 공정 전반에 걸쳐 기술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큰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D램을 국산화하면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D램과 첨단 3D 낸드플래시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첨단 모바일 AP는 중국 하이실리콘, 록칩 등이 생산하고 있고 퀄컴, 인텔 등과 협력해 첨단 공정 제품을 개발 중이다. 14나노 AP까지 연구개발하는 등 추격 속도가 빠르다.
반면에 첨단 미세공정 D램과 3D 낸드 기술 경험은 전무하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D램 시장 1·2위를 차지했고 양사 낸드 시장 점유율은 세계 절반 규모에 달한다. 세계 선두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2등 및 후발주자와 격차를 더 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는 “D램은 복잡한 공정 과정과 높은 기술 난이도 때문에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자금에 바탕을 두고 전문 기술·인력을 흡수하고 있어 위협적”이라며 “중국이 마이크론을 실제로 인수하는 등 D램 산업에 정식 진출하는 것은 이미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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