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가끔 계기판에 경고등이 켜진다. 연료부족, 바퀴공기압력 부족 등. 운전자가 가장 자주 접하는 경고등은 연료 부족을 알리는 표시일 것이다.
연료 경고등에 대처하는 운전자 자세는 제각각이다. 경고등이 들어오는 즉시 주유소로 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한참 더 달릴 수 있다며 느긋하게 대응하는 이도 있다. 요즘은 대부분 차에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되는 덕에 경고등이 울리기 전에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사람마다 경고등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다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주행 중 갑자기 연료가 떨어져 차가 멈추는 것을 막아주니 고마운 기능이다.
요즘 산업통상자원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 수출 부진이다. 1월부터 7월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걷더니 8월 수출은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앞서 단기, 중장기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유가하락 탓이 크니 산업부로서도 답답하겠지만 수출 정책에서 아쉬운 것은 경고등 부재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산업부는 매년 1월 1일 전년 수출 실적을 결산하면서 새해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1월 산업부는 수출 최대치 경신 소식을 전했다. 올해도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 감소 우려도 있었지만 방점은 수출 증가세에 찍혔다. 수출은 산업부 발표 직후인 1월부터 곧바로 하락 반전해 여전히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산업부 고위 인사 말대로 정부가 부정적 전망을 앞서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올해 수출 경고등 시스템은 너무 심했다. 경고등을 늦게 켜니 모든 것이 뒷북 대응이 됐다. 당장 앞에 놓인 숙제가 많지만 지난 시스템 오류도 한 번쯤은 되짚어볼 일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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