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본사업(1차연도 확산사업) 예산이 목적예비비로 편성됐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의미다. 예산 집행을 위해선 또 한 차례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예산이 감액되거나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6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안전처가 제출한 내년 재난망 확산사업 예산 약 2777억원은 목적예비비로 분류됐다.
목적예비비는 예산 초과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일반 예비비와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책정하는 예산이다. 이슈로 거론되던 재난망 단말 예산도 당초 물량 20% 수준으로 목적예비비 안에 포함됐다.
시범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업 규모를 예상해 예산서에 명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국가 예산 증가율이 전체적으로 낮은 상황도 반영됐다.
이종화 기획재정부 산업정보예산과장은 “재난망 단말기도 전체 사업 예산 안에 목적예비비로 포함시켰다”며 “시범사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신중을 기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에서 불거질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는 단계기 때문에 시범사업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예산을 집행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망 사업은 조속히 진행돼야 하지만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부로서는 예산 집행에 유연성을 갖자는 의미기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시범사업 결과를 두고 다시 예산이 조정되고 그 과정에서 논란이 커지면서 전체 일정도 지연될 것이라는 것이다. 국민안전처 계획대로 2017년 사업 마무리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은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제품을 개발해두고 본사업 추진 때까지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고 혈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비 재검증, 예산 삭감까지 한 상황에서 또 예비비 편성은 정부 사업 의지를 의심케 한다”며 “내년 본사업이 언제 시작될지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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