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민간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것이 필요한 개인은 시장에서 구매해 소비한다. 판매와 구매는 가격을 매개로 이뤄지며 적정 가격은 기업 이윤과 구매자 기대소비 효용이 균형을 이룰 때 형성된다. 이런 시장 메커니즘이 정부 보조나 규제 등 외부 충격이나 간섭을 받게 되면 산업 자체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 환경 규제는 시장에 외적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제도다. 지구 환경을 위한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go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모든 경제 주체가 이 같은 방향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문제는 저탄소 배출 즉,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친환경 생산 시스템은 추가적인 생산·가공 과정을 거치게 되고 특별한 소재와 기술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고 그만큼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사적 효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친환경이라는 인류 공통적인 가치구매에 개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종 소비자는 자신이 필요한 기능과 지불 능력에 따른 가격에 구매할 뿐이다.
환경 규제를 받는 민간 생산자는 환경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고 비용을 전가시키기 어려운 공공 재화 성격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상업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 언젠가는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글로벌 경제에서 기업 생산과 투자는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환경 규제는 우리 기업의 생산 해외 이전과 외국인 기업 국내 투자 회피를 초래하고 그 자리는 외국산 수입품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민간 시장 시스템 부담뿐만 아니라 생산, 고용, 수출, 국민소득 등 국민경제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가치를 위한 환경 규제는 강화해 나가되 우리 시장 시스템 및 산업 경쟁력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소비자 소득 수준과 지불능력, 생산자 기술 수준 등 국제경쟁력 수준과 정부의 외적 지원능력, 수요창출 수준, 국내외 시장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산업과 환경이 조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이산화탄소(CO2) 및 연비 규제는 자동차 산업 수준과 소비문화, 시장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후발주자로 출발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기술적으로나 브랜드 측면에서 아직 많이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소비자와 아직은 세계 5위 수준인 자동차 생산국(내수 규모는 세계 11위)인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보다 강도가 더 높은 환경규제를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우리나라 경제를 버티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수출, 고용 모두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시장 개방 진전에 따라 내수시장에서도 수입차에 계속 밀리는 위기국면에 있다.
몸에 필요한 약도 적절해야 보약이 되지 과도하면 독약이 된다. 환경 규제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 국별로 상대적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환경 의무를 적절히 수행해가는 가운데 우리의 세계 5등 자동차 산업이 독자적 기술과 견실한 내수규모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으려면 세계 5등 수준 환경규제가 합당하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yonggeun21c@ka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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