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과 부실대출,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여야 의원에게 질타를 받았다. 피싱과 파밍 등 농협을 이용한 금융사기도 3년 새 27배나 증가했다. 대규모 정보유출사태를 빚었던 농협 보안 불감증은 여전했다.
6일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방만경영, 부실대출, 보안 불감증을 묻는 의원 질의에 “사실 관계를 떠나 저의 부덕함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농협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수사가 끝나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리솜리조트’ 재무상황이 악화됐음에도 지속적으로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의혹 검찰 수사와 관련해 최원병 회장에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유 의원은 농협이 자본잠식 회사인 리솜리조트에 1649억원을 대출해줬는데 이 중 235억원(14%)만 상환받아 특혜대출 의혹뿐만 아니라 최 회장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H건축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최 회장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에서 NH개발이 발주한 공사로 조성된 비자금이 최 회장 측에 흘러들어간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내부직원 반대의견이 있음에도 리솜리조트에 거액을 특혜 대출한 것은 사실상 최 회장 묵인이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원병 회장은 리조트 산업 특성일 뿐 대출과정에 비리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농협중앙회장이 ‘비상임’임에도 인사권을 포함,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어 농협 지배구조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 회장이 8조6000억원에 달하는 조합상호지원자금으로 비상임이사 조합장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유 의원은 “회장은 비상임이어서 권한도 없고 책임질 일도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역대 회장 세 명이 구속되는 등 아직도 회장 권력이 크다”며 “회장 권력이 큰 이유는 조합장 장악력이 여전히 강해서”라고 했다. 현재 이사회 3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20명이 조합장으로 구성된 상황이다.
농협 보안 불감증 지적도 이어졌다. NH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기 중 피싱·파밍 사고가 3년 새 35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농협조합에서 발생한 금융사기 중 피싱·파밍이 2012년 20건에서 작년 700건으로 35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도 1억4000만원에서 52억원으로 37배 늘었다.
이 기간 전체 금융사기는 44건에서 1191건으로 27배 이상 늘었다. 피해금액은 2012년 3억5000만원이었지만 작년 76억원으로 22배 이상 급증했다.
김 의원은 “농협은 국내 유일 기술로 ‘나만의 은행주소’라는 파밍방지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자랑했지만 인지도 부족으로 고객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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