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전에서는 국제만화가대회(ICC)가 열렸다. 올해 16회를 맞는 ICC는 아시아권 만화가 교류회로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된다. 한국에서는 2010년 부천 대회에 이어 5년 만에 열렸다. 요리만화 ‘맛 일번지’의 일본작가 구라타 요시미, 무협만화 ‘풍운’의 홍콩작가 마영성 등 300여명의 국내외 만화가가 전시와 콘퍼런스,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했다.
‘미소’를 주제로 열린 전시에서는 일본관이 큰 주목을 받았다.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 ‘허리케인 조’의 지바 데쓰야, ‘슬램덩크’의 이노우에 다케히코 등 전설적 만화가의 원화가 국내외 작가는 물론이고 일반인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시아권 만화 역사와 문법은 일본만화를 뜻하는 ‘망가(Manga)’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1996년 시작된 ICC의 원래 명칭도 이 같은 상황을 강조한 ‘망가서밋(Manga Summit)’이었다.
그동안 한국은 독자적인 만화환경을 구축하고 역사성과 지정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우리 만화(Manhwa)를 세계무대에 제시했지만 ‘망가의 형식적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만화 언어와 문법이 곧 망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놀라운 변화가 각국 만화현황을 소개하는 콘퍼런스 자리에서 목격됐다.
그중 하나는 만화를 ‘동만(動漫, 애니메이션)’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변화였다. 중국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만화(新漫畵)’를 제시했다. 디지털화에 소극적이었던 일본만화계도 역사적 소재나 전문지식을 담고 있는 기존의 인기 망가를 ‘학습망가’라는 개념으로 재분리해 국립국회도서관 차원에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이를 일반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아시아권 만화 전통이 인쇄출판물 중심 망가에서 디지털화된 콘텐츠와 네트워크,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만화형식 ‘웹툰(Webtoon)’이 있었다. 중국은 신만화 공급원으로 한국의 웹툰과 작가들을 주목했고 일본은 자국 출판 불황과 망가시장 침체 돌파구를 한국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지난달 15일부터 열리고 있는 ‘2015 올웹툰 체험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 문화 보존을 대표하는 도서관에서 무슨 웹툰이냐고 할 수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나 산업으로서 웹툰도 중요하지만 웹툰이 전통적 책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웹툰 생산과정과 웹툰 플랫폼 운영실태,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로 재탄생되고 있는 웹툰 활용현황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전시 기간에 웹툰창작체험 교육과 작가 토크쇼도 만날 수 있다. 웹툰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세계 만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성장했는지, 얼마만 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오는 11월 3일 만화의 날 행사도 이곳에서 열린다. 마침 국립중앙도서관은 과거에는 개방하지 않았던 만화책 일반열람을 올해 허가했다. 이제 우리가 한국이 만든 세계만화 ‘웹툰’ 성과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판을 그려야 한다. 웹툰 세계화를 위해 거점 국가와 교류·협력도 강화해야 하고 웹툰 종주국으로서 한국이 주도하는 ‘웹툰 전문 컨벤션과 마켓’ 개최도 서둘러야 한다.
박석환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교수(만화평론가) comicsp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