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빅딜 주도하는 삼성...IT·금융 축 `미래` 구상

[이슈분석]빅딜 주도하는 삼성...IT·금융 축 `미래` 구상

삼성그룹의 방산·화학사업 정리는 정보기술(IT)과 금융, 바이오를 미래 성장 축으로 꼽는 ‘이재용 시대 삼성’의 밑그림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최소 자원 투입을 통한 고효율 증대로 상징되는 대기업 산업 재편 신호탄이기도 하다. 최근 나타난 국내 산업간 빅딜을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재계 1위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지난해 한화로 매각된 4사(테크윈, 탈레스, 종합화학, 토탈)와 이번 롯데 품에 안긴 3사(SDI 케미칼부문, 정밀화학, BP화학) 대부분은 삼성에서 무난한 경영실적을 내고 있었다. 삼성정밀화학은 2년 간의 적자를 털고 상반기 흑자전환했다. 삼성SDI 케미칼부문은 전지부문 부진을 만회했다. 하지만 이를 과감히 정리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속도전이 있다는 분석이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당위성이었던 상사부문 글로벌 영업 기반을 활용한 패션부문 사업 경쟁력 강화가 대표적이다. 합병 전 별도 기업으로서 거치는 복잡한 과정 없이 단일 기업 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목적이다. 사업영역이 겹쳤던 옛 물산 건설부문과 옛 모직 리조트·건설부문도 한 울타리에 묶이며 재편이 예상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삼성그룹, 삼성전자 깃발 태극기와 함께 휘날리고 있다. /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삼성그룹, 삼성전자 깃발 태극기와 함께 휘날리고 있다. /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삼성SDS 상장은 미래 사업 준비 포석이기도 하다. 삼성은 구체적 움직임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회자 지분을 활용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16.5%, 삼성SDS 11.2%를 보유한 대주주다. 삼성물산을 통한 바이오 사업 강화와 함께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를 위한 삼성SDS와 삼성전자 합병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두 번이나 이를 부인했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5%뿐이라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은 삼성페이 확대로 상징되는 사업 간 융합, 내년 서초사옥 이전, 주주가치 증대 등 미래기반 확보가 예상된다.

삼성페이는 성장가도를 달리며 IT와 금융을 융합한 신수종 사업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미국 모바일 결제 업체 루프페이 인수로 마그네틱전송기술(MST) 확보를 주도, 삼성페이 범용성을 확보한 건 갤럭시S6 시리즈, 갤럭시노트5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예상되는 금융 계열사의 서초 이전은 삼성전자 수원 이전과 함께 ‘IT 수원’ ‘금융 서초’ 체제를 갖춰 삼성그룹 미래상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가칭 ‘삼성금융지주’ 가능성도 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 7085억원 어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도 각각 1188억원, 5320억원 어치 자사주를 사들인다. 주식 가치를 극대화해 삼성 내 금융 계열사 위상을 높이고 승계 과정에서 주주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삼성생명은 영국 런던 투자법인 지분 전량 269억원을 삼성자산운용에 넘기고 삼성화재는 금융 계열사 간 연합을 통해 세계 부동산 시장 투자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자산운용 체계 구축이 이유지만 이 부회장의 금융 부문 글로벌 경쟁력 강화 첫 단추로도 풀이된다.

일련의 사업 재편은 기업 주도라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정부 주도에 따라 사업영역이 구분됐던 것과 달리 기업 수뇌부 간 조율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과 롯데 빅딜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월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제의하며 시작됐다. 화학 사업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낸 신 회장과 화학 사업 정리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실탄 확보가 필요했던 이 부회장의 생각이 일치하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한화와 빅딜에서도 한화의 제의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지휘가 있었다.

따라서 삼성의 연이은 대형 빅딜을 통한 사업 재편은 향후 대기업 간 필요에 따른 대형 사업재편의 신호탄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1위 기업집단의 초대형 사업 재배치가 연쇄적으로 확산되며 글로벌 경쟁을 위한 체력 확보에 나선 국내 대기업의 선택과 집중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 삼성그룹 사업 재편 과정

[이슈분석]빅딜 주도하는 삼성...IT·금융 축 `미래` 구상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