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반도체·디스플레이·LED 분야 연구개발(R&D) 신규사업에 정부 예산이 한 푼도 안들어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떼서 지원하던 이들 분야 신규사업 R&D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년부터는 기금을 배정하지 않기로 한 탓이다.
매년 이들 신규사업 R&D에는 200억원가량이 배정됐다. 전자정보디바이스사업에 속한 이들 사업은 국가 R&D 사업 일환으로 분류돼 미래부가 운용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 중 일부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미래부가 내년부터 자체 신규사업에 기금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LED 분야 R&D 신규사업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미래부도 자체 신규사업 육성이 발등에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기금을 나누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사안의 시급성을 절감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예산안 재검토를 공식 제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결국 신규사업에 요청된 200억원은 제로가 됐고, 기존 사업 R&D 예산마저 삭감돼 올해 950억원이던 예산은 626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예결위 심사를 남겨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번복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산업계와 학계는 동요하고 있다. 대표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LED산업 신규 R&D 예산이 사라지면 차세대 R&D 프로젝트 진행은 물론이고 인재양성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 실수혜자였던 관련 대기업이 차세대 R&D투자에 독자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을 준비 중인 데다 창조경제, 청년희망펀드 등도 챙겨야 할 업계가 얼마나 이 지적을 귀담아들을지 의문이다.
현 사태 책임은 정부와 부처, 업계 모두에게 있다. 내년 예산 31.8%를 보건·복지·노동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기금에 자물쇠를 채운 미래부, 그리 될 것을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은 산업부, 중국이 맹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정부지원만 바라보는 업계 모두가 문제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R&D가 중단되면 우리에게 미래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