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통신방송 M&A 판단하는 `3대 기준` 있다

[이슈분석]통신방송 M&A 판단하는 `3대 기준` 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분수령이 될 인가신청서 접수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SK텔레콤이 신청서에서 어떤 약속을 할지, 정부는 또 어떤 인가조건을 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과거 굵직한 통신방송 M&A 인가조건을 살펴보면 정부 관심사를 대략 알 수 있다. 공정경쟁과 산업활성화, 이용자보호라는 ‘3대 기준’에 따라 인가조건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3대 기준’ 중요

2000년대 들어 통신방송시장 대형 M&A는 네 번(SKT-신세기통신·SKT-하나로텔레콤·KT-KTF·LG 3사) 있었다. 계열사 간 이뤄진 KT-KTF, LG 3사(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합병보다는 상대적으로 SKT-신세기통신·하나로텔레콤 합병에 더 많은 인가조건이 부과됐다.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 담당)는 전기통신사업법(사업법)에 따라 재정능력 등 크게 다섯 항목을 평가한다. 이 가운데 △기간통신사업 경쟁에 미치는 영향(공정경쟁) △공익에 미치는 영향(산업활성화) △이용자보호 3대 기준이 가장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중에서 공정경쟁을 중요하게 본다. 사업법은 인가 심사 시 ‘공정위 의견을 존중’하도록 했다. 따라서 두 부처 의견이 갈릴 때 옛 정통부와 방통위 의견이 우선했지만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3대 기준 중에서도 ‘이용자보호’는 경쟁이 줄면서 요금이 오르는 것이 관심이었다. 공정경쟁 이슈와 맞물린다. 정보통신부는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때 ‘시장집중도가 심화되면 요금경쟁이 둔화된다’며 이용자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다른 기준인 ‘공익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가 주 관심사다. 산업활성화 이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나 LG 3사 합병 당시 정부는 ‘농어촌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BcN)’ 구축의무를 부과했다. 공익성이 커 M&A 인가조건 단골메뉴다. 아직 농어촌 BcN 구축이 마무리되지 않아 CJ헬로비전 인수에서도 인가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부에 따르면 전국 1만3000여 농어촌 마을 가운데 2700여 마을에 아직 BcN이 깔리지 않았다. 하나로텔레콤 합병 인가과정에서 정보통신부는 “KT 향후 3년간 연평균 투자액과 비교할 때 SKT 투자계획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공정경쟁 최대 화두로

3대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경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요한 인가조건은 모두 공정경쟁 부문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정부가 산업활성화보다는 공정경쟁에 비중을 뒀다는 뜻이다. 이는 CJ헬로비전 인수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이 내세우는 명분이 ‘통신방송 융합 활성화’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정경쟁과 산업활성화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인수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할 때 공정경쟁 관련 강한 규제를 가했다. 공정위는 57%인 두 회사 이동전화 점유율을 1년 만에 50% 미만으로 떨어뜨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자회사인 SK텔레텍 휴대폰 공급량도 6년간 매년 120만대 미만으로 제한했다. 하나로텔레콤을 합병할 때는 공정위가 SK텔레콤 주파수(800㎒) 독점사용 해소방안을 정통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정통부가 ‘본심사와 별도로 검토’한다며 빠지긴 했지만 공정위의 공정경쟁 관심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흥미로운 점은 규제기관이 결합상품과 관련해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를 인정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로텔레콤 합병 시 공정위는 “이동전화시장 지배력이 유선통신시장으로 전이돼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 폐해 해소를 위해 다양한 시정조치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통부 역시 “SKT는 인수 후 하나로텔레콤과 다양한 결합상품을 제공할 것”이라며 “SKT 브랜드와 자금력을 고려할 때 결합상품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심사기준 고민할 때

지금까지 살펴본 통신방송시장 M&A 인가조건은 어디까지나 과거 사례라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상황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계열사 간 합병 아니면 통신이라는 동종업계 내 합병이 전부였다. 통신과 방송이라는 이종 간 결합이, 그것도 1위 업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 정책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이동통신 3위사업자를 배려하는 유효경쟁정책이 화두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2009년 LG 3사 합병을 승인하면서 “이번 합병을 계기로 KT, SK텔레콤, LG텔레콤 3개 그룹이 동등하게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쟁할 것”이라며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을 배려했던 종전의 유효경쟁정책을 점진적으로 전환해 융합촉진, 사업자 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는 경쟁정책을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경쟁보다는 자율경쟁으로 규제정책을 점차 바꿔가겠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 등 통신방송시장을 둘러싼 환경 역시 변했다. 통신사와 케이블TV 모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지속성장이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 케이블TV 업계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M&A 인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