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공세, 애플도 못 피했다… 에릭슨, 노키아 특허로 저력 과시

통신 특허 사용료 지급에 합의… IP 라이선스 새 사업 모델로

애플이 에릭슨에 무릎을 꿇었다. 올초 시작된 에릭슨-애플 간 특허분쟁이 마침표를 찍었다. 구글,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까지 스마트폰 관련기업들이 잇따라 북금곰 먹잇감이 되고 있다.

특허공세, 애플도 못 피했다… 에릭슨, 노키아 특허로 저력 과시

에릭슨은 애플과 통신관련 특허 사용료 지급에 합의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로써 미국 연방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TC),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제기됐던 소송은 철회된다.

소송은 애플이 2008년부터 지급하던 특허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계약 만료 전부터 에릭슨이 기기 가격 1.5%를 로열티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필수적이지 않은 LTE 기술에 불필요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에릭슨을 상대로 제소했다. 에릭슨은 즉각 무선통신 기술 특허침해 소송으로 반격했다. 무선 통신시스템에서 에러 콘트롤 메시지 처리 방법(특허번호 710) 등 7건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지로 소송을 확대하면서 애플을 압박했다. 카심 알파라히 에릭슨 최고 지적재산권 책임자(CIPO)는 “애플은 유효한 라이선스 없이 에릭슨 기술에서 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쟁 핵심은 로열티다. 사용료를 낮추려는 애플에 에릭슨이 특허 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결국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섰다. 애플이 지급키로 한 특허 사용료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에릭슨은 애플과 특허권 사용료 합의로 올 지적재산권 수입이 130억~140억크로나(약 1조925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 비해 30~4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애플의 결정은 무형자산인 ‘특허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 원천기술과 표준특허 보유 여부가 지식정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드러낸다. 에릭슨과 노키아 등 표준특허를 많이 보유한 기업은 여전히 통신시장에서 힘을 쓴다. 양적으로 풍부해 졌지만 질적 성장이 과제인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을 일찌감치 접었지만 핵심 기술로 통신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방패였던 지적재산권(IP) 활용을 창으로 바꾸었다. 에릭슨은 사업 방향을 지적재산권으로 돌린 대표적 케이스다.

에릭슨은 스마트폰 제조 부문을 매각하고 지난해 1월 특허관리전문기업(NPE) ‘언와이어드플래닛’에 특허 2000여건을 넘겼다. 에릭슨이 2014~2018년에 획득하는 100여개 특허까지 포함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특허전 대부분이 언와이어드플래닛 작품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분쟁을 벌인 것도 처음이 아니다.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에릭슨과 얽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에릭슨과 1년 넘게 끌어온 특허소송을 끝냈다. 애플처럼 다년간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네트워크와 단말기에서 사용하는 GSM, UMTS, LTE 표준 관련 특허다.

삼성전자는 최근 화웨이와 함께 영국 특허법원으로부터 에릭슨 특허 침해 판결을 받았다. 구글은 판결 전에 에릭슨과 합의하면서 마무리했다. 중국 샤오미도 에릭슨에 발목을 잡혔다.

노키아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MS에 제조 부문을 매각하면서 특허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 보유 특허는 4만 건 정도다. 모바일 통신 등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기술이다. 노키아는 지식재산권 계약으로 2013년에만 약 5억2900만 유로(약 6788억원)를 벌었다. 지난해에는 HTC와 특허 사용료를 받기로 합의했다. 최근에는 LG전자와 스마트폰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노키아가 MS에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매각한 후 처음이다. IP 라이선스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잡았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