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3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소유한 삼성물산 지분 약 7300억원 어치(2.3%)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은 아쉽지만 공정위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검토한 결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3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9월 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공정위는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순환출자 고리 강화 포함)가 발생했는지 검토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으로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고리는 종전 10개는 7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3개 고리(△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는 순환출자가 강화됐다. 순환출자 고리 강화는 계열사 간 출자액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2개 순환출자고리에서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가운데 404만2758주(2.1%), 나머지 1개 순환출자고리에서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중 500만주(2.6%)가 추가 출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제재를 피하려면 둘 중 더 큰 추가 출자분인 500만주를 매각하거나 강화되는 3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시한은 내년 3월 1일까지다. 공정거래법상 합병에 의한 순환출자 형성·강화는 6개월 처분 유예기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처분이 예상되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는 약 7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500만주를 매각하면 삼성SDI가 가진 통합 삼성물산 주식은 총 404만2758주(2.1%)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16.4%, 최대주주)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3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에 삼성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잘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전 순환출자 고리(2015년 4월 1일 기준) 및 변동내역(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