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동 국내 최초 벙커형 제3백업센터가 충북 보은에 위치한 KT 위성센터 부지에 둥지를 틀게됐다.
금융권 공동 백업센터는 국가 기간망 역할을 하는 공공 성격이 강하고 IT인프라가 대거 들어가는 프로젝트여서 지방자지단체 물밑 유치 경쟁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4년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는 모든 금융권이 공동으로 참여한 국내 최초 벙커형 백업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비용 부담 등 참여 기관 간 이견으로 일정이 다소 연기되는 등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미사일 사태와 각종 지진, 삼성SDS 화재 사건, 금융사 전산대란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 공동 백업센터 건립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벙커 백업센터 후보지로 외부컨설팅 용역을 받아 총 6곳을 선정했다. 최종 부지로 선정된 충북 보은군 외에 경북 경산시, 세종시 반곡동, 세종시 조치원읍, 경북 구미시 등이다.
부지선정위원회는 6개 후보지 중 부적합한 2개 부지를 제외하고 4개 부지에 대한 종합 비교평가를 거쳤다. 거듭된 분석을 통해 최종 3개 후보지를 선정했고 충북 보은군이 위원 17명 중 13표를 얻어 1위로 선정됐다.
충북 보은군 KT위성센터는 주요 후보지였던 세종시 부지와 거리가 비슷하고 택지지구에 위치하지 않아 자연적, 지리적 환경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재해와 군사적 위협에도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선정됐다.
충청권이 부지로 선정된 데는 ‘거리’와 ‘안전성’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사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개별 재해복구센터를 운영한다. 고객정보가 유실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이들 센터 정보를 취합해 백업해놓는 것이 제3백업센터(공동백업센터)다. 현재 금융사 IT센터와 백업센터는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한다.
주요 시중은행 주전산센터와 재해복구센터는 대부분 서울과 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총 13개에 달하며 모두 지상에 있다.
두 시설간 평균거리는 수도권은행 31.3㎞, 지방은행 17.4㎞, 비은행권 43.8㎞수준으로 대부분 동일 재난지역 내에 위치해 전쟁, 재난 등에 취약하다.
최근 사이버테러는 금융사 IT센터와 백업센터 두 곳 모두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 경향을 보여 별도 독립된 백업센터 구축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관계자는 “테러, 해킹, 화재, 미사일 폭격으로 데이터가 삭제되고 복구되지 않으면 국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금융권 공동 백업센터는 전체 금융권 최종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일종의 국가적 안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제3 백업센터는 기존 재해복구센터(제2 백업센터) 이외에 사이버 공격과 각종 재난에 대비해 주요 금융정보를 저장, 보관하는 금융권 공동 백업전용센터다. 지하 벙커 형태 구축이 핵심이다.
한국은행과 시중 은행이 공동 백업센터 구축에 손을 맞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현 체계로는 금융전산시스템을 파괴하는 사이버 공격이 개시되면 금융정보가 영구 손실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1년과 2013년에 주요 은행의 데이터베이스(DB)를 삭제하려는 공격이 있었다.
이미 해외에서도 벙커형 백업센터가 구축된 바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은 대규모 백업센터를 운영 중이다.
벙커형 제3백업센터 해외 구축 현황 (자료:본지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