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와 비씨카드 간 결제망 분쟁이 4년째 이어지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갔지만 국제 분쟁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결국 비씨카드가 소송을 취하했지만 지금까지 낸 과태료만 260만달러가 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월부터 비자카드는 비씨카드에게 매월 5만달러씩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비씨카드가 일부 국제 거래에 대해 자사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회원사 규정 ‘IRR(International Routing Requiremen)’ 위반이라고 밝혔다.
비씨카드에 적용된 위반은 두 건으로 우선 중국에서 발급된 은련카드를 중국인이 한국에서 사용할 경우 비자카드 망을 타야 한다. 하지만 비씨카드는 은련카드망을 이용했다. 은련 자체카드는 상관없지만 비자 로고가 찍힌 제휴 카드는 비자카드망을 의무적으로 타야한다.
비자망이 아닌 미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업체인 스타사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발생한 ATM망 위반도 있다.
지금까지 비씨카드가 과징금으로 지불한 금액은 260만달러. 더욱 큰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비씨카드는 비자카드 행위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초기 강력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고 현재 비자 측과 추가 협상 없이 매월 5만달러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비씨카드 신고 취소로 종결 처리했다. 일각에서는 자칫 비자카드와 비씨카드 간 분쟁이 한미 국가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보고 있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비자는 공정한 규정을 통해 모든 회원사에게 동등한 룰을 적용하고 있다”며 “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비씨카드가 비자카드 룰을 따르면 된다”고 못 박았다.
반면에 비씨카드는 매출 상당 부분을 중국 은련을 통해 벌어들이는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비자카드 망을 다시 이용하면 중국 은련과 협력관계가 그만큼 희석될 수 있다는 것. 최근 전 세계 은련 결제 규모가 비자카드를 추월했다.
그렇다고 기약 없이 과태료를 계속 낼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월 5만달러를 아무런 대가없이 해외로 송금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비자카드 규정에만 따르면 고객 선택 여지가 없고 불가피하게 고객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불합리한 강제행위에 이의를 제기해 왔고, 비자와 협의해 원만한 해결을 원하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