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사회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했다. 가장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는 그룹은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이며, 정부 조직과 규제 기관들은 시속 25마일로 사회변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제일 느리게 움직여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그룹은 법률체계로 그 속도는 1마일이라고 했다. 시속 100마일과 1마일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토플러는 한 사례를 제시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재판하는데 몇 년의 세월이 걸리고, 재판이 끝날 쯤이면 기술적인 진보로 인해 소송의 쟁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했다. 크링글리는 이러한 현상을 “인터넷 시간과 사법 시간의 격돌”이라고 했다. 현재 인터넷이 주도하고 있는 변화의 속도는 100마일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가전박람회(CES 2016: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이 IOT(사물인터넷), 드론, 자동차와 ICT의 융합 분야이다. 원래 CES에서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엔터테인먼트 기능 때문에 자동차가 약간 관심 대상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 자동차는 CES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가 CES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CEO가 총출동하고 자동차회사 CEO가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올해는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가 핵심 내용이다. 앞으로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길거리를 누비게 될 것인데 법률적 뒷받침은 어떻게 할까.
우선 현재 주유소 개념이 완전히 변하게 된다. 주차장에 충전 시설이 설치되고 현재 주유소와는 달리 위험하지 않으므로 위치 제한이 필요 없게 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본격화 되면 대리 운전이 사라지고, 음주 운전도 의미가 없어진다. 택시와 같은 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엄청난 사회적 저항이 예견되는데 이런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법률체계는 언제쯤 될까.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드론도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장난감 같은 드론이 전시되었는데 올해는 사람이 직접 탑승 가능한 것도 전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드론과 같은 비행체에 대해 무게, 고도, 지역 등 규제가 매우 엄하다. 앞으로 수만, 수십 만대의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다양한 형태의 IOT 서비스는 어떻게 될까.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도입된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진료가 국내에서는 규제에 묶이어 있다. 요란하기만한 핀테크도 고전적인 금융관련 법규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참고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IOT의 운명도 기구할 것 같다.
우리나라 법률체계의 변화 속도는 0.5마일쯤 되는 것 같다. 사회변화에 맞춰 개정되어야 할 법률이 국회에만 가면 멈춰버린다. 정부가 설명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국회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시간을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했다. 비동시화 효과(de-synchronization effect)의 직접적인 결과로 국가 위기가 닥친다고 했다. 시간 충돌을 현명하게 다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된 것이다. 12지간 가운데 원숭이가 제일 현명한 동물이다. 올해 원숭이해를 맞이하여 현명한 원숭이 지혜를 본받아 시간의 충돌로 야기된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적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 yim@kic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