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산업은 기계, 전자, 조선, 정보기술(IT) 등 기반산업과 연관성 및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국가 신성장 동력이자 중요 산업이다. 산업 특성상 여러 분야에 걸쳐 가장 첨단에 있는 기술들이 복합 적용, 구현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과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R&D) 능력이 요구된다.
주요 국가는 산업 파급력과 기술 선도성을 인식해 항공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응용산업 분야 확대와 성과 확산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미래항공우주산업위원회’를 구성해 기술개발, 산업육성, 인력양성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도 항공분야 발전계획 ‘비전 2020’ 수립과 R&D 총괄기관 ‘유럽 항공우주연구자문위원회’를 설립해 세계 항공분야 주도권 강화를 위한 항공 운항 및 R&D 관련 지원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세계 7대 항공산업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2010~2019)’을 수립하고 2020년 생산 200억달러,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한 4대 추진전략과 13개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경남(진주)혁신도시 건설과 진주·사천 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은 국내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클러스터 조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지원과 R&D가 이뤄지면서 최근 국내 항공산업은 T-50i, T-50TH 항공기를 개발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수출하는 등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국내 항공산업이 해외 선진업체 단순 부품 조립 역할만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특히 소형 민간헬기나 민항기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 기획 설계에서부터 완성까지 모든 단계를 우리 독자 기술력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우리 항공 기술력을 뒷받침하고 개발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시험·평가 분야다. 항공산업은 타 산업과 비교해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한 최신 첨단 장비들은 안전 무결함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항공 부품, 모듈, 시스템 수입 시 단계별 시험 평가 결과와 인증서 등을 요구한다. 국내 항공 관련 기업들도 R&D 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반드시 시험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험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력이 매우 부족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외국 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극한전자기환경에 대한 시험 기반은 전무한 실정이어서 고가의 시험 비용을 부담하고 해외 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기술 유출 위험과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무릅써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고 국내 항공 모듈 및 체계 개발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남도, 진주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항공융합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내 소형민간헬기와 민항기 부품, 모듈 및 체계 개발 기업들에 국내에서 미연방항공기준(FAR)에 따른 인증획득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적기에 시험 평가를 지원함으로써 수출 확대를 꾀하고자 한다.
50년간의 시험 인증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공공 시험인증 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항공분야 극한전자기환경 시험평가센터는 국내 항공 산업 수출 활성화와 기업 경쟁력 확대, 지역 경제 발전 등 기반을 마련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 국내 항공 산업이 단순 조립·하청 역할에서 항공기 모듈 및 체계 수출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경제·산업적으로도 국익에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조원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디지털산업본부장 wscho@kt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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