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업용(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 사업 진출 채비를 마쳤다. 이를 위해 미국 새너제이에 전문 자회사를 설립, 최근 출범시켰다. 삼성은 인수·합병(M&A)과 신생 자회사를 통한 미래 성장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새너제이에 ‘스틸러스 테크놀로지스(Stellus Technologies)’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로, 댄 놀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수석 부사장을 이달 초 초대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했다. 놀트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넷앱에서 기업용 서버 제품군을 담당했다.
스틸러스 테크놀로지스는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 스토리지 제조와 판매를 맡는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 개발,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제조뿐만 아니라 판매, 유지·보수도 맡아 이 분야 전문 기업으로 육성한다.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스틸러스는 이 같은 업종 설명을 첨부,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스템에 대한 모든 분야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서버 저장소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SW)도 자체 개발, 기존 스토리지 부품 공급에서 ‘종합 솔루션 업체’로 거듭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전자의 스틸러스 설립은 스토리지 시장의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2015년 2분기 기준 세계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88억달러였다. 한화로 연간 40조원에 이른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절부터 기술력을 축적해 온 EMC, HP, 델, IBM, 넷앱 등 상위 5개사가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시장은 플래시 메모리 기반 ‘올 플래시 스토리지’ 확산과 델의 EMC 인수로 격변하고 있다. 올 플래시 업계에서는 바이올린메모리·솔리드파이어·퓨어스토리지가 삼성전자·도시바·마이크론으로부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공급받아 자체 소프트웨어(SW)를 탑재, ‘시스템 솔루션’화했다. 델은 지난해 10월 업계 1위 EMC를 670억달러에 인수,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스틸러스는 삼성전자의 올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진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스마트폰 업계 성장 정체, PC 업계 역성장 등으로 미래 성장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접근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회사 미래는 데이터센터에 있다”고 명시했다.
삼성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용 서버 등 엔터프라이즈 제품군 공략 강화 의지를 밝혔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전무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D램 응용처 다양화로 PC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올해 세트 전반의 성장률은 2015년보다 둔화되겠지만 서버와 모바일용 등 응용처별 제품 수급 상황이 상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분간 회사 운영은 비공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스틸러스를 ‘스텔스 기업’으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업은 매출, 손익구조 등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퓨처 테크놀로지 앤 서비스’ 지분을 최근 기존의 50%에서 100%로 확대,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주주사가 지분을 정리하면서 삼성전자가 매입하게 된 것”이라면서 “시스템LSI사업부의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 구도(자료: IDC, 2015년 2분기 기준)>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