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전자제품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글로벌 IT기업도 자동차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0%에서 2020년에는 5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SA는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가 2015년 2390억달러에서 2020년 3033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확대되는 전장부품 시장은 아직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이다. 구글과 애플은 물론이고 퀄컴, 엔비디아, 소니, 파나소닉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확대되는 시장을 잡기 위해 전장부품 격전장에 참전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역시 애플과 구글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시장을 거치며 시장에서는 운용체계(O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OS를 장악하면 산업 생태계까지 주도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던 애플과 구글은 자동차용 OS 시장도 노리고 있다.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첨병이다.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기능적으로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에게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애플과 구글 소프트웨어에 적응을 마쳤다.
애플과 구글은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넘어 아예 완성차 시장까지 노린다. 전기차 기술과 스마트카 기술이 발전하면서 IT기업이 진입하기 쉬워져서다. 이미 구글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해 미국에서 1년 이상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달린 거리가 3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와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시험 운행을 하다 이달 초 워싱턴주 커클랜드를 세 번째 자율주행 시험 운행지역으로 정했다.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로 알려진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2년 이상 추진했다. 포드 엔지니어 출신으로 아이폰 개발에도 참여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개발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불릴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애플이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등 자동차 회사 출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이 전기차 개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최근엔 우버도 피츠버그에 연구소를 세우고 무인차 기술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회사도 전장부품 시장에 적극적이다. 자동차에 전자부품 적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도체가 활용될 분야가 확대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퀄컴은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개발했고,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칩을 공급해온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인텔도 차량용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사업 강화에 나섰다.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가전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약화되며 어려움을 겪던 소니도 자동차 시장을 돌파구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CMOS이미지센서(CIS)’를 자동차에 적용하는데 적극적이다. 스마트폰에는 1~2개 CIS가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전후좌우에 1개씩 카메라가 탑재된다. 자율주행 기능이 발전하면 앞으로 탑재되는 카메라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CIS 탑재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