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에 서비스 중인 가상현실(VR) 콘텐츠 플랫폼 ‘밀크VR’를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삼성전자는 2분기 VR 카메라 ‘기어360’ 출시와 함께 사용자 중심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밀크VR 탄생 주역은 최근 회사를 떠났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무선사업부는 밀크VR를 한국에 출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밀크VR는 기획부터 미국 현지 특화 서비스로 준비한데다 콘텐츠 저작권, 유통 생태계 등과 같은 여건으로 국내 서비스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국향 콘텐츠를 탑재하려해도 VR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장터 형태 플랫폼을 꾸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일반인이 기어360을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오큘러스 스토어, 유튜브 등 외부 플랫폼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또한 기어360 출시와 함께 사용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프로모션 등을 기획 중이다. 어렵고 비싸다고 여겨졌던 VR 콘텐츠 제작 보편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VR 생태계는 비디오는 물론 게임, 영화, TV 프로그램, 주문형비디오(VoD) 등으로 확장한다. 삼성전자는 2014년 오큘러스 제휴에 따라 모기업 페이스북과 협력 관계를 확보한 데 이어 다양한 콘텐츠 기업과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2분기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시작으로 점차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한편 2014년부터 밀크VR 콘텐츠 사업을 지휘한 맷 아펠 삼성전자 북미법인(SEA) 콘텐츠전략 담당임원은 최근 개인적 이유로 퇴사했다. 아펠은 미국 콘텐츠 기업에서 근무한 업계 전문가로 2년 전 삼성전자에 합류, 밀크VR 개발과 2015년 론칭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펠 퇴임과 관계없이 밀크VR를 비롯한 VR, 관련 콘텐츠 사업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기어360 중심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기대하는 건 높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홍성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업계가 개인용 VR 기기를 개발하면서 VR가 일상생활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VR 기기 출하량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1400만대에서 3800만대로 매년 28.4%씩 증가,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70억달러에서 연 평균 77.8% 늘어 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콘텐츠 시장은 1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위 관계자는 “기어360 출시는 VR 콘텐츠를 소비자가 자유롭게 만들고 즐기고 공유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VR 대중화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 수익 개선으로도 연결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