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엔지니어, SW능력도 필수

#손용낙 리버베드코리아 기술총괄 상무는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KDC정보통신에 입사하며 정보통신(IT) 업계에 뛰어들었다. 리버베드에 합류하기 전까지 그는 시스코에서 주로 스위치와 라우터 등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를 다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네트워크 환경을 운영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관리 업무가 핵심이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SW)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리베버드 제품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환경을 구현하려면 앱과 솔루션 등 SW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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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상무처럼 SW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네트워크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 네트워크 환경 중심이 HW에서 SW로 전환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네트워크 회사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센터를 운영한다. 기존 HW에 치중된 엔지니어에게 SW 개발과 관리, 운영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네트워크 환경은 보통 레이어1(L1)부터 레이어7(L7)까지 통신 절차를 구분한다. L1은 전압·케이블 속도 등 기능이 핵심이다. 스위치(L2), 라우터(L3)로 데이터 경로를 찾고 전송한다. 보통 L1~L4까지를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로 본다.

나머지 L5~L7은 애플리케이션 관리, 암호화,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SW 영역에 가깝다. 손 상무는 “기존 네트워크 업무가 L1~L4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L5~L7 단계 연구개발(R&D)과 기술 지원이 핵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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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케이드 사례도 마찬가지다. 스토리지영역네트워크(SAN) 시장 강자인 브로케이드는 기존 대부분의 기술 개발·지원 엔지니어가 HW를 담당했다.

그러나 최근 브로케이드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등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면서 엔지니어 구성을 바꾸고 있다. 현재 국내 엔지니어 전체 중 SW 담당은 85%에 육박한다. 이용길 브로케이드코리아 대표는 “엔지니어 대부분이 네트워크 관련 SW를 새로 공부하고 있다”며 “전문 분야를 새로 가르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SW 중심 네트워크 개발을 직접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도 등장했다. 나임네트웍스가 운영하는 SDN·NFV 교육과정 나임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학생을 대상으로 SDN 기술·기획·프로젝트 방향을 교육, 컨설팅한다. 현재 30군데 이상 기업과 학교가 교육 과정을 수강했다. 나임네트웍스 관계자는 “교육 수요가 커지면 자체적으로 만든 동영상 교육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나임네트웍스는 교육 과정 이수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인증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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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SW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 선호 현상이 빠르게 퍼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HW를 기피하는 현상도 한 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업계도 장비를 다루는 엔지니어보다는 네트워크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을 만들고 싶은 개발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젊은 층으로 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