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김태희 동생’ 아닌 ‘배우 이완’의 이야기

출처:/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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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완. 지난 2004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데뷔한 그는 ‘해변으로 가요’(2005), ‘천국의 나무’(2006), ‘인순이는 예쁘다’(2007), ‘태양을 삼켜라’(2009), ‘아직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2013) 등을 비롯해 지난해 영화 ‘연평해전’ 까지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는 ‘배우 이완’ 보다는 ‘김태희 동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연기자에게 있어 ‘누구의 무엇’으로 불리는 것은 썩 달갑지 않다. 본인 그 자체로 불리고 싶은 욕심이 없겠느냐만, 이완은 그 또한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의 일부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김태희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싫지 않아요. 제가 누나의 동생인 것이 사실인데다, 그 또한 저를 설명해주는 말이잖아요. 그러한 관심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완은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 출연하며 자신의 근황을 공개했다. 특히 개그맨 남창희를 통해 ‘불운스타’로 지목, 계획에 없었던 방송출연까지 하게 됐다. ‘불운스타’로 지목된 이유 또한 독특하다. 이성으로 김태희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

좀처럼 예능에 출연하지 않았던 이완이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우연히 걸려온 누나의 전화는 이러한 관심 상황을 극대화시켰다. 비록 ‘런닝맨’의 대표 ‘꽝손’ 이광수와 지석진의 활약에 게임 중 이완의 모습이 돋보이지는 않았으나, 화면 뒤에 있는 그는 존재감을 발산했다.

“원래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방송 출연을 잘 안했었죠. 게다가 드라마 안에서 주로 멋있고 좋은 캐릭터를 맡아 와서 예능하고 잘 맞지 않았죠. ‘런닝맨’ 같은 경우도 사전에 이야기가 됐었더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거절하지 못했었죠. 그래도 막상 ‘런닝맨’에 나가보니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도 오랜만에 TV에서 아들의 얼굴을 보고 좋아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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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에게서 ‘조급함’이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말투나 분위기에서도 이러한 점을 느낄 수 있다.

“매 순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하는 편이에요. 조급함도 완전히 내려놨어요. 생각해보면 조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그만큼 불안감도 커지잖아요. 무슨 일이든 끝이 있기에 후회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에요. 게다가 무슨 일이 닥치면 하는 스타일이라 그 상황을 최대한 즐기려 해요.”

이런 그에게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 20~30대 남자 배우들의 활약은 자극제로 작용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남자 배우들을 보면 되게 멋있고 괜찮아서 자극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라면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했을 때는 이런 느낌으로 할 수 있겠구나’라고 비교를 해봐요. 작품을 선택할 때도 흥행보다는 제 스스로가 소화를 하고 표현을 할 수 있는지를 우선 생각해봐요. 한 번은 ‘천국의 나무’라는 작품을 찍을 때 컨디션이 안 좋았던 적이 있어요. 당시 카메라 감독님이 ‘스태프는 교체 가능하지만 지금 이 역할은 너만이 할 수 있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컨디션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하셨죠. 그때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죠.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에, 분명 제 캐릭터를 보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을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봤다고 기억해주면 그걸로 만족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야겠죠.”

우연히 ‘런닝맨’을 통해 근황을 전했던 이완은 가까운 미래에 작품으로 대중을 찾을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바쁘게 해야 될 때고, 더 바빠질 테니 지금처럼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곧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정중동(靜中動,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 고요하고 차분한 이완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가 이제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좀 더 드러내려 한다. 축구를 좋아하고 디제잉을 즐길 줄 아는 그의 새 모습을 기대해본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