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경쟁사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높은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문가는 추정했다. 원가 경쟁력에서 확실하게 앞서 있다는 증거다.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6000억원 가운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반도체사업부는 2조5000억~2조6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2조9300억원)와 비교하면 10% 중반가량 하락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최대 수치였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영업이익이 증권가 추정대로 2조5000억~2조6000억원을 기록한다면 이는 역대 1분기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원가 경쟁력이 앞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실력은 불황에 돋보였다. 경쟁사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가량 줄어든 5000억원대로 분석한다.
미국 마이크론은 D램 가격 하락세를 이기지 못해 11분기 흑자 행진을 끝내고 적자로 전환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2016 회계연도 2분기(2015년 12월~2016년 2월)에 100만달러 순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D램 출하량은 당초 제시한 가이던스 대비 소폭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출하량 증대보다는 이익률 확대에 중점을 두고 공장을 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D램 가격 하락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기록한 마이크론이 실적 회복을 위해 출하량을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도 최신 공정 D램 칩 물량 비중을 늘리면 가격이 오르기 힘들다.
DS부문 내 디스플레이 사업은 예상대로 적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2000억~3000억원대 영업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4년 1분기에 첫 적자를 기록한 뒤 2년 만에 다시 적자를 냈다. 2014년 1분기 당시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과 정보기술(IT) 기기 패널이 크게 감소, 120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 1분기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에서 약 4000억~5000억원대 이익을 냈지만 LCD 사업에서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냄으로써 전체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은 중국 쑤저우 공장의 공정 변화와 기판유리 두께를 0.4T로 줄이는 변화 때문에 수율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공장에서 포토마스크 공정 수를 줄이는 COT(Color Filter on TFT) 공정을 새롭게 적용했다. 컬러필터를 TFT 위에 바로 얹는 방식이다. 상하 기판 간격을 유지해 주는 CS(Column Spacer)와 서브픽셀 사이사이를 채우는 블랙 메트릭스(Black Matrix)를 하나로 합친 구조다. 그동안에는 상판 유리에 컬러필터, 하판에 TFT 공정을 각각 적용했다.
COT 공정은 상판 노광공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산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개구율도 높여 준다. 공정 난도가 높지만 양산에 적용하면 원가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4000억~6000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OLED 사업은 중국 스마트폰용 판매가 늘어 지난해 4분기 3600억원 수준과 같거나 소폭 증가한 3000억~4000억원대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갤럭시S7용 패널이 당초 예상보다 공급량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OLED 흑자폭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