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이하 ‘돌저씨’)가 종영했다. 역송체험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배우 정지훈, 오연서, 이민정 등 탄탄한 캐스팅이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리게 됐다.
시청률에서는 참패를 당했지만 ‘돌저씨’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미 끝난 드라마에 ‘만약’이란 없겠지만 ‘이것만 아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들이 없었다면 ‘돌저씨’의 운명이 바뀔 수 있었을까.
# 케미 활용 부족
‘돌저씨’의 전개는 첫 회부터 유쾌했다. 죽은 사람들이 저승에 간 뒤 역송체험으로 이승에 돌아온다는 스토리는 납량특집에서나 볼법한 소재였지만 ‘돌저씨’는 이를 한 편의 동화처럼 흥미 있게 풀어냈다.
이해준(정지훈 분)과 한홍난(오연서 분)으로 각각 환생한 김영수(김인권 분)와 한기탁(김수로 분)의 케미는 좋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두 인물의 스토리가 따로따로 나뉘어 전개됐다.
물론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극 후반부에는 서로의 연결고리를 알게 되며 상황이 급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영수ㆍ이해준과 신다혜(이민정 분)의 이야기, 한기탁ㆍ한홍난과 송이연(이하늬 분)의 이야기로 분리된 전개는 배우들 간의 케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배우 정지훈은 ‘돌저씨’에 대해 “주인공이 없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다.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성패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주인공이었다. 신선한 시도였지만 옴니버스 형식은 결국 ‘돌저씨’에게는 독이 되고 말았다.
# 진부했던 신파 & 2% 아쉬운 마무리
‘돌저씨’는 밝은 분위기의 기조로 극이 진행됐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분위기는 유쾌함과 슬픔 사이 애매한 경계에서 맴돌았다. 남편을 잃고 남겨진 신다혜와 옛 연인 한기탁이 세상을 떠난 후 정상급 배우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송이연은 극 중 웃음보다 눈물을 많이 보였다.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기는 했지만 잦은 회상신과 슬픈 장면은 오히려 ‘돌저씨’만의 유쾌한 매력을 반감시켰다. 이와 같은 어중간한 분위기는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이지 못하고 기분을 처지게 만들었다.
‘돌저씨’의 스토리는 충분히 재밌고 참신했다. 하지만 완벽하다고 말하기에는 일부 개연성 부족한 장면들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강풍에 휘날리는 백화점 현수막을 똑바로 바로잡기 위해 옥상에 올랐다가 추락사한 김영수는 자살로 처리됐고, 이해준으로 환생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던 이 사건은 두루뭉술하게 처리되며 시청자들을 허무하게 했다.
# ‘태양의 후예’
사실 ‘돌저씨’의 가장 큰 벽은 동시간대 방송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였다. 이 작품은 최근 드라마에서 달성하기 힘든 30%대 시청률까지 넘으며, 2016년 상반기 가장 핫했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돌저씨’는 ‘태양의 후예’와 같은 날 시작해 같은 날 종영하게 됐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돌저씨’와 ‘태양의 후예’의 첫 방송 전국기준 시청률은 각각 6.6%와 14.3%였다. 이후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7.7% 포인트 차이로 시작했던 두 드라마는 결국 30%가 넘는 격차로 각기 다른 종영을 맞았다.
보통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하는 드라마의 경우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제작진의 연출 등이 주로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돌저씨’는 혹평 대신 대진 운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종영 전부터 각종 인터뷰 요청과 관련 기사가 쏟아졌던 ‘태양의 후예’에 비해 ‘돌저씨’는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정지훈과 오연서의 케미만 잠깐 화제가 됐을 뿐 결국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지 못하며 쓸쓸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오연서의 소속사 웰메이드 예당은 “드라마 촬영을 끝낸 후 배우에게서 별다른 종영 소감은 전달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보내준 응원에 대한 감사 표시가 있을 것”이라고만 전했다.
대중들이 ‘돌저씨’에 대해 대진 운이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점은 그만큼 묻히기 아쉬운 작품이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의 후속작 ‘딴따라’가 전작의 부진을 만회하고 새로운 수목극 강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