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뷰] 잘 나가는 ‘복면가왕’, 장기집권 불안요소 ‘셋’

출처:/ MBC `일밤-복면가왕` 공식 페이스북
출처:/ MBC `일밤-복면가왕` 공식 페이스북

일요일 오후 예능프로그램 경쟁에서 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있지만, 최근 들어 내ㆍ외적 위험 요인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복면가왕’은 식어가던 방송계의 음악 예능 열풍을 다시 주도해왔다. 지난해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후 정규 편성돼 1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슬럼프였던 ‘일밤’을 부활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특히 지난해까지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청률도 추월했다. 지난 1월 17일 방송분부터 지난 17일 방송까지 세 달 동안 단 한 번도 경쟁 프로그램에 정상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만큼 ‘복면가왕’은 일요일 예능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그러나 ‘복면가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포맷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고, 경쟁 프로그램의 흥행 가능성도 ‘복면가왕’이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출처:/ MBC `일밤-복면가왕` 공식 페이스북
출처:/ MBC `일밤-복면가왕` 공식 페이스북

▲ 캐스팅 자원 부족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대부분의 음악 예능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복면가왕’은 출연자의 정체를 추리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초창기 ‘복면가왕’은 종잡을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캐스팅으로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하지만 매 회 8명의 출연자가 바뀌는 만큼 1년이 지난 현재 이목을 끌만한 출연자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대신 최근 앨범 발매나 영화 개봉을 앞둔 연예인이나 인지도를 높이려는 신인들의 출연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복면가왕’이 이들의 홍보 무대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시청자들은 가면 속 주인공을 쉽게 알아차리거나 복면 가수가 정체를 드러내고도 누군지 의아해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곧 ‘복면가왕’의 흥미도가 떨어짐을 의미함과 동시에 ‘미스터리 음악 쇼’라는 슬로건과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또한 ‘복면가왕’은 어쨌든 음악 예능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비(非) 가수가 출연해 판정단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이지만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1년 간 ‘복면가왕’에는 실력 있는 많은 가수들이 출연했다. 그 가운데 돋보였던 가수 김연우, 거미, 뮤지컬배우 차지연 등이 장기간 가왕 자리를 지켰고, 현재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직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많은 출연자들이 가왕 자리를 넘봤지만 음악대장은 매 공연마다 인상적인 무대를 펼치며 도전자들의 복면을 벗겼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음악대장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이에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진다. 아직까지는 대중들이 음악대장의 무대를 보며 만족하고는 있지만 그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음악대장에 대적할 만한 실력 있는 가수들이 흔치 않을뿐더러 섭외도 녹록치 않다.

출처:/ MBC '일밤-복면가왕' 공식 페이스북
출처:/ MBC '일밤-복면가왕' 공식 페이스북

▲ 똑같은 포맷에 대한 피로감‘복면가왕’은 1년 넘게 똑같은 프로그램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복면 속 인물을 추리하는 일은 여전히 흥미롭지만 늘 일정한 패턴은 시청자에게 싫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제작진은 그룹 스틸하트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 야구해설가 이종범 등 의외의 인물들을 종종 출연시키며 색다른 재미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잠깐 이슈가 됐을 뿐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지는 못했다.물론 프로그램 포맷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기존 포맷만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 안주한다면 시청자들의 리모컨은 다른 채널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출처:/ SBS 제공
출처:/ SBS 제공

▲ ‘판타스틱 듀오’ 등장

SBS 새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이하 ‘판타스틱 듀오’)가 지난 17일 첫 방송했다. 음악 예능 터줏대감 ‘복면가왕’ 앞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복면가왕’은 그동안 음악 예능과 경쟁한 적 없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다툼을 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 고정 시청자 층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판타스틱 듀오’가 ‘복면가왕’과 동시간대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되면서 대중들의 이목도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이에 ‘판타스틱 듀오’ 김영욱 PD는 “‘복면가왕’과는 같은 음악 예능이지만 포인트가 다르다”며 “우리 프로그램만이 가진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두 프로그램의 첫 대결은 ‘복면가왕’의 완승이었다. ‘판타스틱 듀오’가 5.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그친 반면 ‘복면가왕’은 13.5% 시청률로 일요 예능 최강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럼에도 ‘판타스틱 듀오’의 첫 방송이 쟁쟁한 캐스팅과 화려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호평을 받았다. ‘복면가왕’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