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디스플레이(JDI)는 2018년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JDI는 주력 생산기지인 지바현 모바라 공장에 500억엔(약 5000억원)을 투자해 2018년 스마트폰 5000만대 수준까지 양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OLED 선발업체 삼성디스플레이와 LG전자에 도전장을 던졌다.
JDI는 OLED 투자로 또 한번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 회사는 영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소니·도시바·히타치 LCD부문이 통합해 4년 전 2012년 4월 1일 설립됐다. 글로벌 LCD 업체 간 과도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자 민관투자기관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주도로 통합작업을 진행했다.
산업혁신기구는 지난 1999년에 만들어진 산업활력재생법에 근거해 일본 정부와 26개 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만든 기구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 기구를 담당하고 산업구조조정과 벤처 투자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산업혁신기구가 나서서 마련한 구조조정의 대표적 사례가 JDI다. JDI는 현재 산업혁신기구가 35.58% 지분을 소유한 사실상 공기업이다.
합병 후 회사는 TV용 등 대형 디스플레이보다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에 집중했다. 결국 스마트폰 붐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했다. 애플에 아이폰·아이패드용 패널을 대량 납품하며 두드러진 매출 상승세를 보였다. 매출 약 40%가 애플에서 나온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패널 주문이 몰리며 성장을 견인했다. 웨어러블과 자동차, 디지털카메라, 의료기기, 산업용 분야에도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결국 아이폰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JDI는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순손실이 318억엔(약 3423억원)을 기록했다. 2014회계연도에 비해 순손실이 2.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애플 실적 하락이 주 원인이다. 다른 부품업체처럼 애플 성장세가 꺾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샤프 LCD사업부를 인수해 JDI와 통합하기로 했던 일본 정부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대만 홍하이(폭스콘)가 샤프를 전격 인수하면서 두 회사를 합병해 `일장기 연합`을 구축하려던 그림이 어그러졌다.
결국 JDI는 OLED를 기대하고 있다. OLED는 화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따라서 화면을 얇게 만들거나 구부릴 수 있어 유리하다. 애플이 2017년 이후 출시할 아이폰에 OLED 채택방침을 밝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지털 제품 패널은 서서히 LCD에서 OLED로 대체될 전망이다. JDI가 아이폰 OLED 수주에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부활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OLED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높은 생산 기술이 요구되는데다 기술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95%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다. 홍하이에 인수된 샤프 등 주요 패널 업체도 OLED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