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6` 기조연설자로 나와 `소프트웨어 삼성`을 선언했다.
고 사장은 “나는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아니지만 그들의 일을 잘 알고 존중한다”면서 “삼성의 문화도 개발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오픈이노베이션과 협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의 힘`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기기부터 기업간전자상거래(B2B)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핀테크, 모바일 헬스 등 융합 분야에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경쟁의 판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의 오픈이노베이션 노력은 성과도 이미 나왔다. 루프페이를 인수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만들었고,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가전제품에 적용했다. 외부 혁신 모델을 자사 제품에 이식,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삼성은 사외벤처 지원 활동도 시도했다. 지난해 8월 C랩 우수 아이디어 세 건에 대한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형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임직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 구현하기 위해 2012년에 도입한 연구 프로젝트다.
LG전자도 삼성전자 못지않게 오픈이노베이션 활용에 적극이다. LG전자는 세계 최초 모듈 방식 스마트폰 `G5`의 출시를 계기로 타사 제품군까지 결합, 연결하는 새로운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 퀄컴, 패럿, 뱅앤올룹슨 등과 제휴해 자사 스마트폰과 결합한 제품 및 서비스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임직원 아이디어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최근 최고기술책임자(CTO) 주관 아래 개발하고 있는 2개 프로젝트를 사외벤처 형태로 사업화하기로 결정했다. 창의형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분사된 사외벤처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술 및 특허, 창업 전문가의 컨설팅 등을 적극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미래형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독자 노선을 버리고 파트너십 전략으로 궤도를 전면 수정했다.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간 융합을 넘어 자동차를 통해 생활과 업무 전반이 가능한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커넥티드카로 열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차, 친환경차와 커넥티드 기술을 결합하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전문 기업과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