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최대 전시회 `WIS 2016`. 관람객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업체는 기아자동차였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가 주도하던 행사에 자동차 제조사가 등장해 자율주행 기술을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로 보여 줬다. 정보기술(IT) 전시회에 자동차가 메인이 되는 모습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지난해 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이어 최근 닛산 사태까지 디젤차의 불편한 실체가 연이어 드러났다.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친환경차로 급속히 이동했다.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전자회사, 반도체 기업까지 차세대 시장을 자동차로 판단하고 사업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자동차와 ICT의 융합은 대세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대표 미래 산업이다. 차세대 친환경차를 위해서는 기존의 자동차와 IT 결합이 필요하다. ICT 강국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엔 기회다.
이윤우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포럼 기조강연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낸드플래시, 통신, 디스플레이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면서 “이 코어 기술을 기반으로 앞만 보고 달려도 시장을 선도하고 중국 추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지위를 확보한 완성차업체 현대·기아차가 있다. 삼성과 LG라는 글로벌 최고 전자기업도 보유했다. 여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다양한 통신기술까지 확보했다. 우리처럼 미래 자동차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두루 갖춘 국가는 찾기 쉽지 않다.
글로벌 합종연횡이 빈번한 시대에 `국가 충성도`를 꼭 내세울 필요는 없다.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협력하는 게 옳다. 하지만 국가 산업의 경쟁력 확대와 국내총생산(GDP)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순 없다.
이 때문에 `코리아` 브랜드 자동차와 ICT의 융합에 관심이 간다.
미국에 위치한 테슬라와 협업한다는 국내 업체의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대표 기업 격인 현대차와 삼성전자 간의 긴밀한 협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차는 시스코, 삼성전자는 BMW와 오히려 더 가까워 보인다.
때마침 수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범정부 차원의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 기술 개발 사업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가 모두 참여해 중장기 미래자동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반이 된다.
정부 과제가 `마중물`이 돼 국내 기업 간 협력의 폭과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혀야 한다. 국내 대기업 간 협업과 도전은 다양한 중소업체에도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다양한 ICT 요소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다. 융합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잘 꿰어야 보배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