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유시티는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유례없는 결정을 했다. 소프트웨어(SW) 정의 데이터센터(SDDC)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사업을 1개 장비 제조사(벤더)에 턴키로 수주하는 방식이 아니다. 데이터 센터 기능을 구현하는 다양한 제조사가 각자 상황에 맞는 장비를 공급한다. 스위치 등 네트워크 장비는 델, 데이터센터 가상화 기능 구현은 VM웨어가 각각 공급한다. 운용체계(OS) 등 SW는 빅스위치, 누타닉스 등이 담당한다.
인천 유시티가 여러 제조사가 참여하는 `멀티 벤더` 환경을 고집한 것은 사용자 환경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I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시티 상황에 맞춰 인프라를 구축한다. 여러 제조사 장비를 합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SW로 통제·관리한다.
국내는 초기 시장이어서 구축 사례가 없었다. 유시티가 SW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만들면서 SDDC 시장의 첫 삽을 뜬 셈이다. 제주도 관광단지 등에서도 SDDC 환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DDC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수요의 핵심은 사용자다. 기존의 데이터센터는 특정 장비 제조사가 독식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데이터센터를 운영·관리하려면 도입한 장비 제조사의 가격이나 기술 지원 정책에 따라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다루는 사업자의 입지가 넓지 않다. 일부에서는 “특정 벤더에게 종속되고 있다”는 불편함도 내비췄다.
IT 인프라를 특정 제조사에 모두 맡기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반대급부로 SDDC를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변화뿐만 아니라 사용자 요구가 SDDC를 만들었다”면서 “기존의 특정 제조사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IT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 제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사용자에게 집중하라`는 것이다. 공급자 관점에서의 솔루션은 더 이상 해답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시장을 주도해 온 일부 제조사가 귀에 담아야 할 소비자 목소리이기도 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