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오라클 6년 전쟁.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평결을 내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만들면서 자사 자바(JAVA) 언어를 무단 사용했다며 오라클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인 구글의 손을 들어 줬다. 구글이 자바 코드를 이용한 것은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 이용`이란 자바 코드를 무단으로 썼지만 정당한 혁신 추구 등 사유가 인정돼 법적 책임은 면한다는 뜻이다. 이번 소송은 구글과 오라클에만 머물지 않는다. 논란이 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가 컴퓨팅 업계 전반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하면 세계 IT 시장 전체에 미치는 커다란 파장이 불가피하다. 소송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라클은 2010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사(이하 선)를 인수하며 자바프로그래밍언어 특허권을 확보했다. 자바는 1995년 선이 개발한 프로그래밍 개발 언어다. 선은 자바를 무료로 공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의 하나다. 구글이 2008년 공개한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도 자바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사를 인수, 2007년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완성했다. 같은 해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키트(SDK)를 개발했고, 여기에 자바로부터 차용된 API가 이용됐다. API는 OS와 응용프로그램 간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의미한다. 입출력, 화면 구성, 네트워크 등 필수 클래스를 미리 구현해 개발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프로그래밍 블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라클이 선을 인수하며 발생했다. 오라클은 구글이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에 자바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의 포문을 열었다.
오라클은 “선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은 PC·온라인용 개발자도구(SDK)였다”면서 “모바일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자바를 개조한 `달빅`(Dalvik)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 것은 특허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5월 1심에서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은 오라클의 자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구글 편에 섰다. 하지만 2014년 5월 2심에서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구글이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오라클의 손을 들어 줬다.
2심은 “자바코드 일부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오라클의 37개 API 패키지의 코드, 구조, 시퀀스, 조직 구성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만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반발한 구글은 2014년 10월 연방대법원에 최종 판결을 내려 줄 것을 요청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연방대법원은 2015년 6월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결하지 않고 구글 상고허가 신청을 기각,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파기 환송심 쟁점은 구글의 저작권 침해는 상수로 놓은 채 `침해 행위가 저작권법에서 보장하는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오라클은 구글이 37종의 자바API를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배심원단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배심원 판결 직후 오라클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장기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전은 IT업계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오라클에 합병되기 이전의 선과 구글은 2005년에 자바동맹을 맺을 정도로 긴밀했다. 이후 구글은 선에 여러번 다양한 라이선스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구글이 선에 이메일을 통해 제시한 자바 특허 및 로열티 비용은 1억~5억달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고, 선이 오라클에 인수된 이후 두 회사는 법정에 마주 섰다.
오라클은 소송 과정에서 구글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 온 안드로이드 매출을 세상에 까발리기도 했다. 오라클이 전격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매출 310억달러, 이익 220억달러를 각각 올렸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IT업계는 술렁거렸다. 구글이 공개 소스코드인 안드로이드로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오라클과 구글 간 자바 전쟁은 시작부터 삼성-애플 특허 소송 못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어떤 면에선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판결이 미치는 범위가 두 업체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라클이 자바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면 안드로이드OS를 무료로 공급해 온 구글은 엄청난 로열티 및 라이선스료를 물어 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 안드로이드OS 사용 제조업체도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글 안드로이드OS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급된 모바일기기용 OS다.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세계 스마트폰 개발자가 구글 지지 선언을 한 배경이다. 구글 승리로 안드로이드 진영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구글은 오라클의 발목 잡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오라클의 자바 API를 뺀 OS인 `안드로이드N`을 준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N은 오라클 자바 API가 아니라 사용이 오픈된 자바 개발 도구(JDK)를 사용한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를 오픈JDK로 개발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현재 등록된 수많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과 호환성 문제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