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과 구글 분쟁은 자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일부 자바 API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구글은 API는 `공정 이용(Fair use)` 대상이라고 맞섰다. 구글은 API가 미국의 사법체계 아래에서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개발자가 상호 운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바 API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재판 당시 배심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구글의 자바 API 활용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평결했다.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으면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배심원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프로그래밍 코드인 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구글의 완승이었다.
2심은 상반된 판단을 했다. 1심 재판부가 `어떤 부분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으며` `저작권 침해 행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해 완전히 오해했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1심 재판부의 논리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자바 API는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구글이 소스코드 몇 줄을 베낀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프로그램의 구조, 순서, 조직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2심 재판부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두 도시 이야기`를 구성하는 건 짧디짧은 단어와 문장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는 전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한 데 모여 창의적 작품을 이뤘을 때는 저작권으로 보호해 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결국 API를 소프트웨어 툴로 보느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법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단순한 기법으로 보면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툴로 간주한다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
일부 개발자는 API 저작권을 인정한다면 호환가능한 프로그램 제작 자체가 크게 타격을 받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 우려했다.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가 API가 저작권 보호를 받는 창작물이라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유다.
공정이용 문제 역시 핵심 쟁점이다. 1심 재판부가 구글에 면죄부를 부여한 가장 큰 이유는 `저작권 침해 무혐의`가 아니라 `공정 이용`이었다. 구글은 `자바 API`를 쓴 건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 역시 구글 논리를 대폭 수용했다. 구글의 자바 API 활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구글이 자바 API를 가져다 쓰지 않고서도 충분히 차제 API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바 API를 가져다 쓴 것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에 무임승차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란 취지의 판단을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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