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음성비서 시리 기능을 강화하고 서드파티 개발사에 개방함으로써 스마트홈 주도권을 잡기 위한 디지털비서 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애플은 5년 전에 시리를 내놨다. 아이폰에 적용해 음성으로 인터넷 검색이나 다이얼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안 문제 때문에 타사 애플리케이션(앱)에는 개방하지 않았다. 아이폰 앱 개발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TV에 설치된 시리에 직접 접속(액세스)할 수 없었다.
애플이 방심한 사이 아마존과 구글이 먼저 치고 나왔다. 아마존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에코`를 출시했다. 에코는 스포티파이 음악 재생, 스마트홈 디바이스 제어, 우버 호출, 아마존 상품 구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3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알렉사 AI와 아마존 에코 개발인력으로 1000명 이상을 보유했다”면서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에코가 인기를 얻자 구글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달 18일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 2016)에서 AI 소프트웨어 `구글 어스트턴트`를 내장한 디지털 비서 `구글 홈`을 공개했다.
구글 홈은 간단한 질문에 응답하고 기본 임무도 수행한다. 인터넷에 항상 연결돼 있어 정보를 검색하거나 주문을 대행하고, 음악도 들려준다. 이용자 기호나 취미, 구매 이력 등 정보를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더 정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애플이 WWDC에서 시리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제공키로 한 것은 아마존이나 구글 디지털 비서 생태계 구축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애플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달리 하드웨어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과 구글도 애플 반격에 대응한다. 아마존은 시장 선점 효과와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어 온·오프라인 연계에 유리하다. 구글은 세계 최대 검색엔진을 갖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에서 앞선다. 스마트폰시장 80%를 점유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도 구글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디지털비서는 사용 장벽이 낮은 장점이 있다. 기기 이해도가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 평소 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디지털비서는 인공지능(AI)이 융합된 서비스다. 머신러닝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인식률이 높아지며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AI가 사용자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 수준으로 진화되면서 디지털비서가 정보통신기술(ICT)업계 격전장으로 부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