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특허 굴기`에 나섰다.
20일(미국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특허구입, 인수합병, 연구개발 확대 등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특허를 무기로 내세운 것은 스마트폰 선두업체 삼성·애플과 글로벌 시장 경쟁을 위한 것으로, 앞으로 특허 분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업체의 특허 굴기 대표 주자는 화웨이다. 삼성과 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인 화웨이는 “5년 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달 삼성이 자사 특허 11개를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메이저 스마트폰업체가
삼성에 제기한 첫 소송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미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세계지식재산권협회에 따르면 화웨이는 국제 특허 3898건을 신청해 퀄컴(2442건)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신청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중국 ZTE(2155건)였고, 삼성전자는 168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애플과 삼성은 중국 기업 특허로 중국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 아이폰6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바이리의 스마트폰 100C와 외형 디자인이 흡사하다는 이유로 최근 베이징 지식재산국의 판매 정지 명령을 받았다. 애플의 재심의 요청으로 판매 중지 행정 명령은 보류 상황이지만 재심 결과에 따라 애플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 업체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스마트폰 특허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가트너 그룹에 따르면 1분기 스마트폰 판매 톱5에 중국 회사가 3개 포함됐다.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데다 중국 기업의 공세로 특허전쟁은 불가피하게 됐다.
벤자민 바이 앨런앤오버리 파트너는 “중국기업 해외 특허 출원이 더욱 늘어나면서 특허와 기술 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업체의 특허 획득 방법도 다양해졌다. 화웨이는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하며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년간 화웨이는 R&D비용으로 300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46% 늘어난 92억달러를 투자했다. 81억달러인 애플을 눌렀다. 화웨이는 총 16개 글로벌 R&D센터를 둘 정도로 R&D와 특허 확보에 열심이다.
샤오미도 특허권을 사들이면서 `애플 짝퉁` 이미지 탈피에 나섰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500개에 달하는 특허를 사들였다. 아직 샤오미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작업이라 할 수 있다.
휴고 바라 샤오미 부사장은 “샤오미는 방어적인 차원에서 IP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국제 특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PC 제조사였던 레노버도 지난 2014년 스마트폰 사업 진출에 필요한 특허권 확보를 위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해 단숨에 글로벌 스마트폰 제작사로 부상했다. 중국 업체들은 특허 확보를 통해 경쟁이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계획인데 월스트리트는 “글로벌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글로벌 특허기지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