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지난해 흥행 TOP10에 들었던 영화 중 전지현이 극을 이끌었던 ‘암살’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남성 중심이었다. 올해는 반대의 상황이다. ‘아가씨’, ‘우리들’, ‘비밀은 없다’, ‘굿바이 싱글’, ‘덕혜옹주’ 등 여성이 전면에 나섰다.
현재 상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충무로의 속설을 깨고 인기를 얻고 있고, ‘우리들’ 또한 여자 아역 배우들의 호연으로 각종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영화계에서 여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워 흥행에 성공하기란 어렵다는 평이 종종 나왔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속설들도 떠돌았다. 우선 제작단기 초반 투자를 받는 것조차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작품의 주인공의 성별이 여성, 남성이라는 것은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남녀를 따지지 않고 진행한다”며 투자와 관련된 속설을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성 주인공의 영화가)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여성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시나리오 자체가 적다. 최근 그러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감독들의 70~80%가 남성인데다 사회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일종의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속설은 ‘여성’이 아닌 영화계 구조적인 문제였다.
관객들이 여배우가 주연으로 하는 영화를 기피한다는 속설도 있다. 사실 영화 흥행의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관객들은 배우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를 출연시키려는 것이고, ‘믿고 보는’ 배우를 제작사든 투자사든 선호한다. 여기에 남녀의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을까.
영화를 즐긴다는 여성 관객 나모 씨(28)는 “상업적으로 봤을 때도 영화를 비롯해 대부분의 문화는 여성이 가장 큰 소비자다. 때문에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더 선호하게 된다. 여성들이 보기에 남성 감독들이 만든 여성의 이야기는 피상적이다. 표피적으로 접근하는 시나리오들이 많은 편이다”고 전했다.
남성 관객인 강모 씨(32)는 “아무래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다 보니 영화를 고르기 전에 어떤 남자 배우가 나오는지 살펴보는 편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아무래도 공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촬영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현장에도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남성이다. 창작자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여성과는 다른 시각 차이를 보인다. 대화와 이해의 기준이 다를 뿐 여배우라 불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작진을 힘들게 하는 것은 성별을 떠나 일부 배우들의 성격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남성에게 여성은 항상 어려운 존재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다. 하지만 꼭 여성이어서 문제를 일으키고 까다롭다는 편견은 없다. 배우 개인의 인성 문제다. 현장에서 유독 깐깐하게 굴고 문제를 일으키는 배우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존재 한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여성에 관한 차별은 제도나 관습이 아닌 스태프들의 남녀 성비의 기형적인 비율에서 오는 온도차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chojw00@enter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