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계속 대기타석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손정의 일 소프트뱅크 사장은 21일 후계자로 점찍었던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의 갑작스런 퇴임을 발표하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프트뱅크는 아로라 부사장 퇴임 이유에 대해 손 사장과 그룹 지휘권 이양시기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58세인 손 사장은 당초 60세를 전후해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손 사장이 최근 2~3년 내에 퇴임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면서 아로라 부사장이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출신인 아로라 부사장은 구글 임원으로 일하다 손 사장의 삼고초려로 2014년 9월 소프트뱅크로 옮겼다. 손 회장은 작년 6월 아로라를 대표이사 부사장에 임명하면서 “나의 후계자 후보로 가장 중요한 인재”라고 언급해 경영권을 아로라에게 넘겨줄 것임을 시사했다.
아로라 퇴임으로 소프트뱅크가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타나베 순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인도와 구글 등 아로라가 갖고 있던 인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노 마사히코 도카이조사센터 수석 애널리스트도 “차기 경영자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가 후계자 위험이 재연됐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아로라 부사장이 경질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로라가 주도한 해외 투자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경영능력을 우려하는 주주가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로라 주도로 한국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쿠팡은 지난해 52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적자폭이 4배 늘었다.
지난 4월 미국 로펌 보이스쉴러앤드플렉스너(Boies, Shiller & Flexner)는 소프트뱅크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아로라 부사장이 소프트뱅크에 들어온 이후 투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업무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갑작스런 아로라 부사장 퇴임으로 소프트뱅크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시장은 약 12조엔(132조5000억원)이나 되는 소프트뱅크 부채에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2013년 미 통신사 스프린트를 매입한 이후 실적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스프린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감소한 81억700만달러였고, 순손실은 8억3600만달러로 6분기 연속 적자였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소프트뱅크가 부채가 과다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며 투기등급을 매겼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중국 알리바바 그룹, 온라인 게임업체 겅호온라인, 핀란드 모바일게임업체 슈퍼셀 지분을 매각해 총 2조엔을 마련했다. 확보한 자금은 부채를 줄이는데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선 손정의 사장은 2조엔 용도에 대해 “지금은 아무 계획도 없다”면서도 “다음 큰 투자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 대차대조표상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